[과학뉴스] 구제역ㆍAI 등 가축 전염병 한겨울에 급속 확산, 왜?
김지혜 기자 april0906@choun.com
기사입력 2011.01.04 09:42
  • 최근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防疫·전염병의 발생이나 유행을 미리 막는 일)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의 오리 농장과 전북 익산의 닭 농장에선 AI까지 발생한 것.

    구제역은 소나 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게 감염되는 전염병을, AI는 닭·오리·야생 조류 등이 걸리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각각 일컫는다.

    흔히 전염병 하면 ‘여름에 주로 확산되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름은 습도가 높아 전염병이 공기 중에 퍼지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겨울인 요즘, 왜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가축 전염병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걸까?

  • 지난 2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충남 천안시 풍세면 오리 농장에서
AI에 감염된 오리들이 살(殺ㆍ죽여 없앰)처분되고 있다. 조선일보 자료사진
    ▲ 지난 2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충남 천안시 풍세면 오리 농장에서 AI에 감염된 오리들이 살(殺ㆍ죽여 없앰)처분되고 있다. 조선일보 자료사진
    ◆구제역 바이러스, 습도·열·자외선에 약해
    구제역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이 다른 가축과 직접 접촉할 경우 △구제역에 걸린 가축과 접촉한 사람이나 차량이 다른 가축과 접촉할 경우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그것.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주로 발생한 계절은 봄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에서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 특히 봄엔 야외 나들이객이 많아 사람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은 추운 겨울에 오히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봄보다 겨울철에 구제역이 빠르게 퍼지는 건 구제역의 특징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과 자외선에 약하며 영하 이하의 추운 날씨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이병권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수의사무관은 “구제역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따뜻한 날씨의 나라에서도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의 경우 겨울에도 발생한다”며 “온도가 낮은 겨울엔 구제역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기 때문에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옮겨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 수의사무관은 “여름엔 습도가 높아 겨울보다 공기 전파의 가능성이 크지만, 그만큼 자외선 지수도 높아 구제역 바이러스가 빨리 죽는다”며 “상대적으로 열과 자외선이 약한 겨울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더 오래 살아남는 건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I 퍼뜨리는 주범은 우리나라 ‘겨울 철새’
    이번에 발견된 AI는 고병원성(高病原性)이어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고병원성이란 해당 병에 걸린 가축의 사망률이 85%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고병원성 AI는 전염력도 매우 높다.

    AI는 주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에 의해 발생한다. AI 바이러스를 지닌 철새의 분변(糞便·똥)이 국내 조류에 의해 퍼뜨려지는 형태다. 사람이 걸리는 독감이 겨울에 유행하듯 ‘조류가 걸리는 독감’인 이 병 역시 겨울에 유행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식중독과 같은 세균성 질병은 스스로 증식(增殖·생물이나 조직 세포 등이 세포 분열로 수를 늘려 감)하기 때문에 증식에 유리한 높은 온도의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지만, 구제역이나 AI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그 성격이 다르다”며 “AI 바이러스의 경우 낮은 온도에서 훨씬 오래 생존하기 때문에 오히려 겨울에 확산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