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산토끼' 고향에 기념공원 생긴다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기사입력 2011.01.03 09:48

깡총깡총~ 달려온 토끼의 해 신묘년

  •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1970, 80년대 1학년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지금도 ‘학교종’과 함께 일명 ‘국민동요’로 불리는 ‘산토끼’. 2011년 토끼해를 맞아 동요 ‘산토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작자미상으로 알려진 곡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탄생비화가 새삼 주목받게 된 것. 주인공 산토끼는 알밤을 찾아 과연 어느 산으로 향한 것일까?

    정답은 바로 고장산. 경남 창녕군 이방면에 위치한 이 산은 작곡가 고(故) 이일래 선생이 자주 오르던 곳으로 딸과 함께 올랐다가 산토끼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이 노래를 만들게 됐다.


  •   올해 개장 예정인 경남 창녕군 ‘산토끼공원’. 창녕군 이방면 고장산 일대에 조성 중인 전시관에는 동요 ‘산토끼’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고 체험장이 들어선다. 
이방초등학교에 있는 ‘산토끼 노래비’(위)와 1938년 ‘조선동요 작곡집’에 실린 산토끼의 원본 악보. 일제의 탄압으로 1975년이 돼서야 노래의 주인과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 올해 개장 예정인 경남 창녕군 ‘산토끼공원’. 창녕군 이방면 고장산 일대에 조성 중인 전시관에는 동요 ‘산토끼’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고 체험장이 들어선다. 이방초등학교에 있는 ‘산토끼 노래비’(위)와 1938년 ‘조선동요 작곡집’에 실린 산토끼의 원본 악보. 일제의 탄압으로 1975년이 돼서야 노래의 주인과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곡은 산토끼의 모습을 ‘깡총깡총’,‘토실토실’ 등과 같은 의태어로 잘 표현해 저학년 동요로 사랑을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경쾌한 멜로디와 노랫말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부르는 노래가 됐다. 하지만 이 노래 속에 감춰진 가슴 아픈 민족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제 강점기(强占期ㆍ남의 물건, 영토, 권리 등을 강제로 차지한 시기)였던 1928년 작곡된 이 곡은 경남 창녕군 이방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이일래 선생이 “우리 민족이 하루 빨리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저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완성한 노래다. 일제는 이 가사가 토끼 모양인 우리 국토를 연상시키고 민족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금지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1975년이 돼서야 노래의 주인과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는 등 민족의 아픔이 서린 노래다.

    다시 찾은 동요 ‘산토끼’가 가진 의미를 되새기려는 움직도 분주하다. 현재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학교와 마을에는 산토끼를 연상시키는 기념물들이 가득하다. 교정에는 산토끼가 풍금을 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노래비가, 마을 입구에는 노랫말을 그림으로 표현한 벽화가 자리잡고 있다. 창녕군은 고장산에 산토끼 노래에 얽힌 다양한 자료와 영상물, 체험장 등을 갖춘 ‘산토끼공원’도 개장할 예정이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토끼해를 맞아 산토끼 노래에 담긴 기상(氣像ㆍ타고난 씩씩한 기운이나 마음씨)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