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해맑은 눈빛' 못잊을거에요
김정욱 인턴기자
기사입력 2011.01.03 09:48
  • 김정욱 인턴기자
    ▲ 김정욱 인턴기자
    소년조선일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해의 마지막 한 달은 여러분과 함께한 김정욱입니다. 여긴 울릉도예요. 여러분의 ‘눈’과 ‘귀’가 돼 울릉도 어린이들을 만나러 와 있거든요. 뱃멀미로 고생한 시간은 잠시, 울릉도에 내리자마자 맑은 섬 공기에 반해버렸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하얀 눈과 푸른 바다의 조화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어떤 기사나 현장보다 기억에 남는 건 여러분의 ‘눈빛’이었습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어린이들의 눈은 마치 절 향해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채찍질’처럼 느껴졌어요. 절 아무 이유 없이 믿어주는 여러분을 접하며 그런 생각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취재차 대전 원명학교를 찾았을 때 기자라고 밝히자, 자기한테도 질문해 달라며 가만히 다가와 손 잡아주던 은영이와 한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인터뷰 할 때나 사진 찍을 때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절 신기한 듯 바라봐준 아이들이죠. 어깨는 무거웠지만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곳 울릉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실로 들어선 절 보며 아이들은 멀리서 온 객지 사람을 낯설어하는 것도 잠시, 이내 절 믿고 섬 생활 얘길 조곤조곤 들려주더군요. 제가 소년조선일보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맑은 눈망울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순수한 눈빛을 마주하며 ‘이 친구들이 날 너무 쉽게 믿는 건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선배 기자들의 땀방울이 이런 ‘믿음’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조선일보에서 제가 쓴 모든 기사는 독자 여러분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곤 그저 여러분의 말과 행동을 조금 다듬은 것뿐이었죠. 소년조선일보를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독자 여러분이란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셈입니다. 울릉도까지 오는 길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던 것 역시 그 때문이었고요.

    전 새해부터 조선일보 교육 섹션 ‘맛있는 공부’로 자리를 옮깁니다. 하지만 지난 1개월간 저와 눈을 맞춘 어린이 독자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취재 일정에 치여 미처 못한 말을 이제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