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딸이 태어난 후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찍은 사진으로 완성된 1분 26초짜리 동영상 ‘나탈리’에 대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동영상을 촬영한 아버지를 ‘딸바보(딸을 각별히 사랑하는 아버지를 뜻하는 말)’로 정의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판 딸바보’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이하 ‘윤미네 집’)’이란 이름의 사진전이 그것.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송파구 방이동)에서 지난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윤미네 집’ 전은 본명보다 ‘윤미 아빠’로 더 잘 알려진 고(故) 전몽각 교수(전 성균관대 부총장)가 큰딸 윤미 씨(46세)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다. 출생(1964년)부터 결혼(1989년)까지 26년 세월이 고스란히 기록된 사진 150여 점은 1990년 같은 제목의 사진집으로 발간됐다가 이번에 전시회 형태로 관객을 찾아나섰다. -
-
모든 게 낯설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던 갓난아기, 한참 울다 억지로 그쳤는지 두 손에 아이스크림을 꼭 쥔 채 눈물이 그렁그렁한 꼬마, 앞니 두 개가 빠진 입을 벌리고 배시시 웃는 아이…. 한 소녀가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흑백사진이 주는 아련한 느낌과 함께 눈앞에 그려지는 듯 펼쳐진다.
이런 사진전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아이의 일생도 윤미처럼 사진으로 잘 찍어 보관할 순 없을까?’ 전문가들은 “아이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놓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시회 개막 하루 전 ‘일과 가족, 전몽각의 기록사진’이란 특강을 진행한 박주석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부모님은 사진을 찍기 전 ‘자, 찍자’ 같은 말로 아이가 카메라를 의식하게 만드는데, 그렇게 하면 부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정성원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아이들은 표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보다 반응속도가 빠른 필름 카메라 촬영이 효과적입니다. 굳이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뷰파인더(view finder·카메라에서 사진 찍을 때 눈을 대고 보는 부분)를 보지 않고 재빨리 찍는 연습이 필요해요.”
‘윤미네 집’ 전은 내년 2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기간 중 주말(오전 11시~낮 12시 30분)엔 가족사진 꾸미기 체험 프로그램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도 체험할 수 있다(예약제, 참가비 1만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photomuseum.or.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 02-418-1315
아빠의 딸 사랑 보여주는 '윤미네 집' 사진전
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26년 아이의 삶' 사진 속에 알알이 담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