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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은 양(서울 대도초 6년)은 1년 전 모아둔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 첫 통장을 만들었다.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산이자 1원’이 붙더니 1년 새 이자가 제법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소득세 20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하곤 기분이 몹시 언짢아졌다. “누가 내 돈을 가져간 거야?”
나은이의 통장에서 없어진 20원은 세금이란 이름으로 ‘나라의 통장’에 입금됐다. 누구나 이자 등 소득이 생기면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위해 돈이 필요하듯 나라를 운영하는 데도 자금이 필요하다. 이렇게 걷힌 세금은 △나라를 지키고 범죄를 예방하는 일 △도로·항만 등 사회 기초시설을 짓는 일 △국민의 건강을 돌보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 등에 쓰인다. -
◆세금이 샌다 상습 체납자 4배 늘고 수법도 다양해져
세금은 정부가 나랏일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세금 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내면 그 대가를 바랍니다. 그런데 세금은 공공재(公共財·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형태로 대가가 제공돼 눈에 보이지 않아요. 세금이 종종 ‘그냥 버리는 돈’으로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죠.”
세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탈세(脫稅·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내지 않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세금을 7억원 이상 내지 않고 미룬 고액 상습 체납자가 279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의 총액수는 5조6413억원에 이른다.
세금을 피하려는 수법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역외탈세(해외 통로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감소시키는 행위)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국세청이 찾아낸 역외탈루소득은 6224억원. 이동신 국세청 국제조사과 과장은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행위는 세무범죄 중 가장 질이 나쁘며 적발도 힘든 유형”이라고 말했다.
◆숨은 세금을 찾아라 체납자 명단 공개·전담기구 마련
탈세에 대처하는 정부의 노력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세청은 2년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상습 체납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여권 소지자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새해 중점사업 중 하나로 역외탈세조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역외 세원(稅源·세금이 매겨지는 원천이 되는 소득이나 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역외탈세 전담기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 이상의 역외탈루 세금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최대 15곳에 정부 요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국내 거주자 중 1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 금융계좌를 가진 사람은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법을 입법예고(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미리 알려 국민의 의사를 반영토록 한 제도)하는 등 ‘숨은 세금’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승학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 주무관은 “이번 제도는 해외자산 유출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방편”이라며 “이외에도 탈세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단공개·역외탈세조사 강화···고액 체납자 뿌리 뽑는다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뉴스 따라잡기 — 숨은 세금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