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스포츠 용어] 배구 편_오로지 수비…수비만 한다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12.10 09:48

경기 승패 좌우하는 '리베로'

  • 대한항공은 이날 두 명의 리베로를 기용했다. 최부식(32세)이 리베로(libero)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고, 원래 포지션이 리베로인 김주완(30세)도 3세트 내내 레프트 김학민의 교체 선수로 코트에 들어섰다. 연합뉴스 12월 7일 보도 / 뉴시스
    ▲ 대한항공은 이날 두 명의 리베로를 기용했다. 최부식(32세)이 리베로(libero)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고, 원래 포지션이 리베로인 김주완(30세)도 3세트 내내 레프트 김학민의 교체 선수로 코트에 들어섰다. 연합뉴스 12월 7일 보도 / 뉴시스
    지난 4일 개막한 ‘2010~2011 프로배구’가 예상 밖 혼전(混戰·두 편이 어지럽게 뒤섞여 다툼)을 빚고 있다. 독주가 예상되던 현대캐피탈이 2연패를 당하는가 하면, ‘만년 3위’였던 대한항공은 2연승을 달리고 있다. 수비 훈련 강화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닦은 대한항공은 경기가 거듭되며 공격력도 같이 상승했다.

    특히 지난 7일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선 수비가 강한 최부식과 김주완을 동시에 투입하며 3 대 0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원래 6명이 뛰는 코트에선 리베로를 한 명밖에 투입할 수 없다. 하지만 주력 선수인 김학민을 김주완으로 교체하며 수비 강화에 중점을 둔 게 성공을 거뒀다. 최부식에 이어 원래 포지션이 리베로인 김주완까지 경기에 투입되면서 현대캐피탈은 사실상 두 명의 리베로를 상대하는 꼴이 됐다.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인 리베로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 리베로는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1998년 팀 간의 공을 주고받는 횟수를 늘려 박진감 있는 경기로 이끌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리베로는 규정상 서브·블로킹·스파이크 등 공격은 전혀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반칙으로 인정돼 상대 팀에게 1점을 줘야 한다. 오로지 ‘수비’만 하는 선수인 셈이다.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같은 팀 선수와도 유니폼 색깔이 다르다.

    배구 경기에선 선수들이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시계 방향으로 자리 이동(로테이션)을 하게 돼 있다. 리베로의 경우 후위(뒷줄)에서 전위(앞줄)로 이동할 때가 되면 다른 선수로 교체돼야 한다.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달리 리베로는 교체 횟수에 제한이 없다. 경기 중간에도 코트와 벤치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리베로는 1999년 랠리포인트제(rally point scoring system·랠리에서 이겼을 때마다 점수를 얻는 득점제)가 도입되면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엔 서브권을 가진 팀이 공격에 성공해야 득점할 수 있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론 한 번의 실수가 바로 득점과 연결됐기 때문이다. 리베로의 중요성은 이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다른 팀 공격수의 성향을 파악하는 건 리베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프로배구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여오현(32세·삼성화재)의 경우 시속 100㎞로 날아드는 스파이크를 받아내기 위해 선수들의 공격 방향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팀의 승리 뒤엔 화려한 공격뿐 아니라 묵묵히 코트를 책임지는 리베로의 공(功)도 숨어 있다. 프로배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