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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인 민정이는 엄마와 외출할 때마다 실랑이를 벌인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 사달라고 떼를 부려 엄마를 난처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신 떼 쓰지 않겠다’며 아무리 약속을 해도 그때뿐이다. 민정이의 이런 버릇은 사실 엄마 탓이기도 하다. 민정이가 뭘 사달라고 할 때마다“이따가 사주겠다”며 건성으로 말하곤 잊어버리는 게 예사였던 것. 어떻게 하면 민정이가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을까?
◆'마시멜로 두 봉지' 받은 아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는 만4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주지 않다가 마시멜로 한 봉지씩을 나눠준 후 이렇게 얘기한 것이다.“ 지금 이걸 먹어도 되고 20분 후에 먹어도 돼. 그런데 20분 후 선생님이 돌아왔을때 먹으면 상으로 한 봉지를 더 줄게.”
20분 후 선생님이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두그룹으로 나뉘었다.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은 A그룹, 참았다가 두 봉지를 받은 B그룹이었다. 그런데 B그룹의 아이들이 먹고 싶은 맘을 참는 모습은 무척 다양했다. 딴 곳으로 눈길을 돌려 마시멜로 봉지를 외면하는 아이, 노래를 부르며 교실을 빙빙 도는 아이, 애써 잠을 청하는 아이, 먹지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아이….
미셸 박사는 이 실험에서 ‘마시멜로를 먹지 않기 위해 욕구를 참아내는 능력’ 을 ‘만족지연능력’ 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유혹이 아무리 달콤해도 미래의 가치가 더 크다면 참아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만족지연 능력이다. 실험 결과, 만족지연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삶은 말할 것도 없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성공적이었다.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를 참아낼 수 있는 능력이 사회성이나 학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15년 후 다시 만난 ‘마시멜로 실험’ 참가자들의 생활은 그룹별로 확연히 구분됐다. A그룹 참가자들은 쉽게 짜증내고 싸움이 잦았으며 학업 성적도 좋지 않았다. 반면, B그룹 참가자들은 어지간한 스트레스를 거뜬히 이겨냈고 사회성이나 학업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만족지연능력의 차이가 아이들의 인생을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 것이다.
◆부모 깊이 신뢰하는 아이, 만족지연능력도높아
아이들은 자라며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경험한다. 하지만 똑같은 실패 앞에서도 어떤 아이는 쉽게 포기하고 어떤 아이는 더 열심히 매달린다. 만족지연능력의 차이다. 만족지연능력을 키우며 자란 아이는 커서도 더 큰 보상을 위해 당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 놀고 싶은 맘, 영화 보고 싶은 맘을 누르고 공부에 집중해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만족지연능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의 신뢰관계 형성’ 이다. 부모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걸 잘 알고 있는 아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랑 한 약속은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지킬 것’ 이란 믿음이 있는 아이는 미래의 보상을 꿈꾸며 현재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 부모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반면, 툭하면 자녀와의 약속을 어기고 변덕스럽게 행동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만족을 지연시켜야 할 이유’ 를 찾지 못한다. ‘지금 이걸 하지 않았을 때 내게 돌아오는 성과’ 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신뢰는 자녀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중요하다.
요즘 자녀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면 만족지연능력을 훈련시키기보다 즉각적으로 만족을 채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적잖다.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부모라면 자녀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게 아니라 자녀가 만족지연 능력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녀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 그리고 자녀를 향한 일관된 태도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자녀에게 '자기통제력' 가르쳐 주세요
참을 줄 알아야 사회성·학업 향상
'부모와의 신뢰감' 형성이 최우선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