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돌며 신나게 산·강 그려넣었어요"
홍천=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기사입력 2010.12.08 09:43

'와야마을 생태예술 프로젝트' 함께한 강원 홍천 내촌초 어린이들

  • 지난 3일 강원 홍천 내촌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작은 전시회가 열렸다. 올 5월부터 7개월 간 진행된 ‘와야마을 생태예술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자리였다. 내촌초등 2~6학년 어린이 19명이 참가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는 사업의 하나. 홍천군과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후원했다.

    와야마을 생태예술 프로젝트는 ‘농사가 예술이다’를 구호로 활동 중인 사회적 기업(취약 계층의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기업) 쌈지농부가 홍천 지역 주민, 예술가들과 함께 시작했다. 전체 기획을 맡은 이의선 쌈지농부 실장은 “와야분교를 빌려 작업을 하던 중 ‘지역 어린이들을 참여시켜 동네를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참여한 부문은 그림과 목공예 등 두 가지였다. 그리기 수업 시간엔 왕고들빼기, 옥수수, 배추 등의 세밀화(작은 특징까지 살려 그린 그림)에 도전했다. 이학유 군(6년)은 “작가 선생님이 줄기나 잎맥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셨다”며 “그 전엔 미술 시간이 어려웠는데 이젠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목공예 수업도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건 ‘큰골마을 안내도’ 제작. 일종의 마을지도인 안내도를 완성하기 위해 어린이들은 두 달 동안 직접 마을을 돌며 산과 강을 그려넣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지붕 색 하나까지 살려 표현하기도 했다.


  • ①지난 7월‘큰골마을 안내도’제작을 위해 마을 성황당 앞에 모인 내촌초등 어린이들과 이정인 목가구 작가. 큰골마을 안내도는 여느 마을지도와 달리 꼼꼼한 조사를 통해 집주인 이름, 농사짓는 작물, 지붕 색 등을 고루 반영한 게 특징이다. ②지난 6월 진행된 생태 드로잉 수업 시간엔 학생들이 대상을 주의 깊게 살핀 후 각각의 특징을 살려 작품을 완성했다. 그 결과, 장미잎(왼쪽)이나 왕고들빼기가 실물과 거의 똑같은 형태로 도화지 위에서 되살아났다(③). / 쌈지농부 제공
    ▲ ①지난 7월‘큰골마을 안내도’제작을 위해 마을 성황당 앞에 모인 내촌초등 어린이들과 이정인 목가구 작가. 큰골마을 안내도는 여느 마을지도와 달리 꼼꼼한 조사를 통해 집주인 이름, 농사짓는 작물, 지붕 색 등을 고루 반영한 게 특징이다. ②지난 6월 진행된 생태 드로잉 수업 시간엔 학생들이 대상을 주의 깊게 살핀 후 각각의 특징을 살려 작품을 완성했다. 그 결과, 장미잎(왼쪽)이나 왕고들빼기가 실물과 거의 똑같은 형태로 도화지 위에서 되살아났다(③). / 쌈지농부 제공
    박영재 군(6년)은 “물감이 없어도 미술을 할 수 있다는 선생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집 모형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작업이 모두 예술활동이란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허민주 양(5년)은 “방문조사 때 동네 어른들께 좋은 말씀도 듣고 수박 같은 간식도 챙겨주셔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공예 수업을 맡은 이정인 작가는 “산길과 계곡이 어우러진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잠자던 아이들의 감성을 깨울 수 있어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이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내촌초등 어린이의 예술 체험은 올해로 ‘일단 끝’이다. 그림 수업을 진행한 이재은 작가(삽화가)는 “틀에 갇히지 않은 아이들의 그림을 보며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웠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용현순 군(6년)도 “여름에 비가 많이 와 수업을 못 한 주가 있었는데 다음 수업이 무척 기다려졌다”며 “내년에도 친구들과 새로운 작업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