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로 변신한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네"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2.01 09:55

국내 최초 어린이 오페레타 '부니부니' 연습 현장 가보니···

  • “자, 자. 천장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한번 뛰어볼까요?”

    지난달 17일 저녁,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연습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이곳에선 오는 10일 막을 올리는 국내 최초 어린이 오페레타<키워드 참조> ‘부니부니’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시작은 몸 풀기였다. 신나는 음악이 쿵쿵 울려 퍼지자 단원들은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 각자 캐릭터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몸을 풀었다. 천장에 닿을 듯 뛰어올랐다가, 게걸음을 걸었다가···. 재미난 동작이 이어졌다.

    ‘부니부니’는 게임을 좋아하는 소년 ‘동훈’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동훈은 게임 캐릭터 ‘크크크 대마왕’에게 납치된 엄마를 구하러 게임 속 ‘소리마을’로 들어간다. 크크크 대마왕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소리를 수집해 혼자 소유하려는 악당. 공연은 소리마을에서 동훈이 ‘튜튜(튜바)’, ‘롬바(트롬본)’, ‘크랄라(클라리넷)’ 등 부니부니 친구들과 펼치는 ‘엄마 구출 대작전’이 주 내용이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자 단원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날 연습할 부분은 동훈과 부니부니 친구들이 ‘음치 마녀’에게 끌려간 친구를 구출하는 장면. 음치 마녀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강현수 씨(38세)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아리아 ‘밤의 여왕’의 한 대목을 근사하게 뽑았다. 노래를 마친 강 씨가 “(음치 역할인데) 너무 잘 부른 것 같다”며 멋쩍어하자, 연출가 김신 씨(26세)가 재치 있게 받아쳤다. “저도 그 말씀 드리려고 했어요.” 연습실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연습 현장만 봐도 단원들이 맡은 악기 캐릭터의 생생함이 느껴졌다. 특히 튜튜는 긴장하면 방귀를 뀌는 역할로 극에 재미를 더했다. 튜튜 역할을 맡은 ‘막내 단원’ 김기쁨 씨(20세)는 “연습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튜튜처럼) 단원들 앞에서 편하게 방귀도 뀌고 말도 더듬는다”며 웃었다.


  •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연습실에서 오페레타 ‘부니부니’ 출연 배우들이 ‘음치 마녀’에 맞서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위). 이들은 악기 캐릭터를 쏙 빼닮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아래).

‘부니부니’ 출연진은 “이번 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소리의 비결은 다름아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란 메시지를 느끼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조아뮤지컬컴퍼니 제공
    ▲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연습실에서 오페레타 ‘부니부니’ 출연 배우들이 ‘음치 마녀’에 맞서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위). 이들은 악기 캐릭터를 쏙 빼닮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아래). ‘부니부니’ 출연진은 “이번 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소리의 비결은 다름아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란 메시지를 느끼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조아뮤지컬컴퍼니 제공
    오페레타인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이 등장하는 게 이번 공연의 특징. 80여 분의 상연 시간 중 베토벤 교향곡 ‘운명’, 차이콥스키 발레 ‘백조의 호수’ 왈츠곡 등 20여 곡의 친숙한 클래식 곡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원어 가사는 어린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모두 한글로 바꿨다. ‘폰 아저씨’, ‘바순 할아버지’, ‘크크크 대마왕’ 등 1인 3역을 맡은 바리톤 최경훈 씨(42세)는 “처음 대본을 읽는 순간 우리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무대라고 생각했다”며 “클래식 음악도 충분히 어린이에게 재미있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내년 1월 7일부터 한달 간은 국립극장 내 극장 용에서 각각 상연된다. (문의 02-584-2421)

    키워드/오페레타(Operetta)

    ‘작은 오페라’란 뜻으로 정통 오페라보다 춤, 노래 등이 좀 더 대중적이다. 희극적인 내용과 연극 같은 대사가 특징. 요한 슈트라우스의 ‘집시의 남작’, ‘박쥐’ 등이 유명한 작품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