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돼서도 셋이 함께 연 띄울래요"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1.24 09:42

떴다 하면 상 휩쓰는 '연날리기 고수' 김규민·규리·규나 3남매
오빠가 연 만들어주면 밖으로 출동 웬만한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밌어

  •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수백 개의 연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한국연협회 주최로 ‘제10회 서울특별시장 대상 서울시민 연날리기 대회’ 가 열린 것. 연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어린이에서 부터 진지한 표정으로 얼레를 감는 어른까지 가지각색의 연날리기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에 연날리기 삼총사, 아니 삼남매가 떴다. 김규나 양(서울 진관초 1년)·규리 양(서울 진관초 5년)·규민 군(서울 진관중 2년)이 그 주인공. 이날 막내인 규나는 난생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저학년부(1~3학년) ‘깜짝 대상’ 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올해가 다섯번째 출전인 맏이 규민이도 여유롭게 중등부 대상을 거머쥐었다. 규리는 옆 참가자와 연줄이 꼬이는 바람에 안타깝게상을 놓쳤다.

  • 지난 18일 오후 김규나·규리·규민 3남매가 집 근처에서 연을 날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둘째 김규리 양은“이번 대회에선 아쉽게 상을 못 탔지만 다음 대회에선 오빠나 동생보다 연을 더 잘 띄워 꼭 상을 받겠다”며 깜찍한 포부를 밝혔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지난 18일 오후 김규나·규리·규민 3남매가 집 근처에서 연을 날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둘째 김규리 양은“이번 대회에선 아쉽게 상을 못 탔지만 다음 대회에선 오빠나 동생보다 연을 더 잘 띄워 꼭 상을 받겠다”며 깜찍한 포부를 밝혔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이들 삼남매의 연날리기 사랑은 규민이가 만난 특별한 선생님으로부터 비롯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연과 글라이더에 무척 관심이 많으셨어요. 학생들에게 직접 연과 글라이더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셨죠. 휴일에도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에서 연날리기를 하곤 했답니다. 그때부터 연은 제 친구가 됐죠.”

    규민이는 이내 재능을 보였다. 이제까지 연날리기 대회, 글라이더 대회에서 받은 상만 줄잡아 수십 개. 요즘 아이치곤 드물게 자신이 날릴 연과 글라이더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상 받는 즐거움도 크지만 연날리기 자체가 무척 매력 있는 놀이예요. 아직도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가 생생히 기억나요. 임진각(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소원을 적어 연과 함께 하늘 높이 띄웠을 때의 기분은 최고였죠. 마음이 탁 트이더라고요.”

    연날리기에 푹 빠진 오빠를 따라다니며 규리와 규나도 자연스럽게 연 날리는 법을 보고 익혔다. 규민이가 출전하는 대회엔 매번 두 동생도 덩달아 출동했다. 규리는 1학년 때부터, 규나는 여섯 살 때부터 오빠와 함께 연날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규리는 “오빠가 연 날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재밌어 보여 따라 하고 싶었다” 고 말했다. 규나는 “오빠가 가르쳐준 비법 덕분에 이번대회에서 큰상을 받았다” 며 기뻐했다.

  • “연을 살짝 띄운 다음, 바람이 잘 불 때막 뒤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연이 높이 올라갈 때 얼레의 실을 다 풀지 않고 줄을 살짝 내려 연이 더 높이 올라가도록 했죠. 결국 제 연이 가장 높이 올라갔답니다.”

    삼남매에게 연날리기는 컴퓨터 게임만큼 재밌는 놀이다. “다른 놀이나 게임 같은 건 쉽게 질리는데 연날리기는 지루하지 않고 재밌어요. ”(규리) “친구들은 보통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는데 연날리기도 그만큼 신나고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연날리기를 하는 친구가 별로 없어 안타까워요.” (규민)

    삼남매가 참가할 수 있는 연날리기대회 역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작년에 참가했던 대회가 올해 없어진 경우도 수두룩하다. 연날리기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 규민이는 “대회가 자꾸 사라져 너무 아쉽다” 며 “더 많은 사람이 연날리기를 즐겨 대회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삼남매는 “어른이 돼서도 연날리기를 계속하고 싶다” 고 입을 모았다. 규리와 규나는 “오빠가 연을 만들어주고 우리셋이 계속해서 연을 날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