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쉽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9 09:48

서울 행림초 '수업의 명장' 시연회 가보니···

  • 지난 17일 오후, 서울 행림초등학교(동작구 사당5동)에 수업 잘하기로 소문난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동작교육지원청 특색사업의 하나인 ‘꿈을 키우는 수업의 명장(名匠·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 시연(試演·일반에 공개하기 전 시범적으로 해보는 것)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관내 41개 초등학교에서 추천을 받은 선생님 중 최종 선발된 9개교 14명의 선생님이 이날 강단에 섰다.

    박미숙 선생님(서울 봉현초)의 사회 수업이 진행된 5학년 2반 교실. ‘첨단기술을 바르게 이용하는 태도’를 주제로 핸드폰 사용예절에 대한 교육이 한창이었다. ‘이래야 한다’ 식의 교훈 전달 수업은 대개 지루하기 마련이지만 이날 수업은 달랐다. 어린이들은 담임 선생님도 아닌 다른 학교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인데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번쩍 드는 학생이 십수 명씩 나왔다.


  • 지난 17일 서울 행림초 5학년 2반 교실에서 열린‘수업의 명장’박미숙 선생님의 수업 시연 도중‘지하철
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아줌마’역을 맡은 이한별 군이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서울 행림초등학교 제공
    ▲ 지난 17일 서울 행림초 5학년 2반 교실에서 열린‘수업의 명장’박미숙 선생님의 수업 시연 도중‘지하철 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아줌마’역을 맡은 이한별 군이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서울 행림초등학교 제공
    교실 뒤쪽엔 수업 참관(參觀·어떤 자리에 직접 나가서 봄)을 위해 수십 명의 선생님이 모여 있었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지하철을 배경으로 진행된 역할극이었다. ‘휴대폰으로 막 떠드는 아줌마’ 역할을 맡은 이한별 군은 실감 나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역할극이라곤 하지만 따로 무대가 있는 건 아니었다. 아이들은 제자리에 앉아서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연기를 선보였다. 박 선생님은 “교실 중앙에 무대를 만들면 나머지 아이들은 ‘구경꾼’이 되지만 자기 자리에서 펼치는 상황극에선 모든 아이가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할극이 끝난 후엔 휴대폰 사용예절에 관한 표어를 작성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휴대폰은 살인 무기’ ‘욕설·장난문자 노(No)!’ ‘우리들의 작은 참여, 실천이 먼저’ 등 근사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이날 수업을 들은 이현민 군은 “엄청 재밌었고 만날 이렇게 수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경민 양도 “발표를 더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수업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김정석 서울 원신초 교장 선생님은 “최근엔 교육청에서 내려받은 소프트웨어로 대충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도 많은데 오늘 수업은 학생의 특성을 잘 살려 창의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이 행사를 마련한 조남기 동작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수업이 좋아지면 수업 때 조는 아이, 대드는 아이, 무관심한 아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며 “오늘 수업을 참관한 선생님 400여 명의 의견을 반영해 ‘수업의 명장’ 프로그램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