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인터뷰] 모델 꿈꾸는 안민영 양(서울 신원초등 2년)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6 09:41

"카메라 앞에만 서면 당당해져요"

  • 안민영 양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안민영 양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친구 한둘이랑 있을 땐 명랑하다가 여러 사람 앞에 서면 꽁꽁 얼어붙는 친구 있지? 반대로 평소엔 내성적이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있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친구도 있어. 민영이(서울 신원초등 2년)는 후자 쪽이야. 보통 땐 얌전하고 낯을 가리지만 무대 위나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도, 걸음걸이도 당당해져. 흔히 말하는 ‘끼’를 타고난 거지.

    △모델대회서 대상 받으며 모델의 세계로

    민영이는 다섯 살 때 처음 모델대회에 나갔어.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 딸이어서 엄마가 욕심을 한번 내본 거지. 인터넷 예선을 거친 본선 무대에서 민영이는 자신감 있는 걸음걸이로 무대를 한 바퀴 돈 다음, 똑 부러지게 자기 소개를 했어. 그다음, 어린이집에서 배운 흥겨운 춤으로 관객을 사로잡았어. 입상자 발표 시간에 사회자는 이렇게 말했대. “여러분, 누가 대상을 받을지 아시겠죠?” 민영이는 그렇게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어. 그리곤 모델학원에 등록했어. 대회 부상으로 8개월짜리 학원 수강권을 받았거든. 자연스럽게 모델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거지.

    △워킹·포즈·재즈댄스… 스펀지처럼 흡수

    일주일에 세 번 나간 학원에서 민영이는 모델의 기초를 차근차근 배웠어. 무대에서 멋지게 걷는 방법(워킹)과 포즈는 물론, 재즈댄스도 배웠지. 춤은 몸을 유연하게 해주고 표현력도 높여주거든. 민영이는 학원에서도 눈에 띄는 학생이었어. 집중력이 뛰어나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기 걸로 소화했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말야.

    하지만 그때만 해도 민영이에게 모델학원은 그저 하나의 놀이터였어. 또래 친구들과 뛰놀고 간식 먹는 재미가 쏠쏠했으니까. 하긴, 여섯 살은 목표를 향해 집중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잖아. 8개월이 지나면서 민영이는 자연스럽게 학원을 그만뒀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게 많았거든. 그와 함께 모델의 꿈도 잠시 멀어지는 듯했어.

    △화보 촬영 땐 서너 시간 집중도 ‘거뜬’

    하지만 올봄부터 민영이는 다시 모델의 꿈을 꾸게 됐어. 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나니 몇 해 전 카메라 앞에서 멋지게 포즈를 취하던 일이 자꾸 머리에 떠오른 거야.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하셨어. 부모님 눈에도 ‘옷 한 벌을 입어도 자기 주장이 강하고 옷맵시도 좋은 딸’이 모델감으로 보였거든. 실제로 민영이는 아직 어리긴 하지만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야. 또래보다 키도 훨씬 크지. 주먹만 한 얼굴, 날씬하고 긴 다리…. 모델 몸매를 타고났다고나 할까?

    민영이는 다시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잦아졌어. 훌륭한 모델이 되려면 표현력이 좋아야 한다고 해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거든. 덕분에 드라마·광고 촬영도 여러 차례 했지. 하지만 민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의류 화보 촬영이야.

    카메라 앞에 서본 친구라면 잘 알 거야. 처음 몇 분은 집중할 수 있어도 10~20분이 넘어가면 몸이 여기저기 쑤시기 시작한다는 걸. 하지만 민영이는 촬영을 한번 시작하면 서너 시간은 거뜬히 카메라에 집중하곤 해. 힘들지 않냐고 묻자 민영이는 이렇게 말했어. “예쁜 옷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데 왜 힘들어요? 멋지게 나온 사진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요.”

    △“세계적 모델 될 것” 매일매일 다짐해

    민영이 방 한쪽엔 대형 액자가 걸려 있어. 침대에 누우면 한눈에 들어오는 액자의 주인공은 바로 민영이 자신이야. 올 6월 출전한 한 모델대회에서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이지. 민영이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 사진과 함께해. 훗날 아주아주 유명한 모델이 돼 다시 사진을 찍어 걸겠다는 결심을 매일매일 하는 거지.

    사람들은 가끔 민영이에게 ‘실물이 더 낫다’고 얘기해. 처음엔 그저 예쁘다는 소리인 줄 알고 좋아했지만 요즘은 그 말이 마음에 걸린대. 모델은 대부분 카메라 속 이미지로 사람들과 만나야 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민영이는 더 노력할 거래. 매일 거울 앞에 서서 다양한 표정을 짓는 것도, 한 번이라도 더 카메라 앞에 서려고 노력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야.



  • 안소라 씨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안소라 씨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슈퍼모델 안소라가 어린이 모델 안민영이에게

    "외모보다 표현력이 중요… 연기공부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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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은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이니 외향적 성격이 어울리겠죠?
    “모델 중엔 의외로 내성적인 친구들이 많아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성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신감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닐까요?
    “완벽한 외모가 걸림돌이 되기도 해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노력을 안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히려 요즘은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서 성공한 모델도 많아요. 장윤주 씨가 대표적이죠. 누구나 공감하는 미인도 아니고 키도 174㎝에 불과하지만 한국 최고의 모델로 인정받고 있어요. 교복 차림으로 워킹을 배우러 다닐 만큼 열심히, 끈기 있게 노력한 덕분이죠. 세계적 모델 케이트 모스 역시 완벽한 체형 조건은 아니지만 뛰어난 표현력으로 큰 성공을 거뒀죠. 외모는 첫 인상에서 플러스(+)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패션쇼에서 여러 의상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 하는 겁니다.”

    -무척 화려한 직업처럼 보여요.
    “무대에선 그렇죠. 그러나 쇼를 준비하는 무대 뒤편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거예요. 차가운 바닥에 앉아 허겁지겁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 일도 잦아요. 패션쇼는 대개 한두 계절씩 앞서서 열리기 때문에 한여름에 모피 옷을 입거나 한겨울에 비키니를 입곤 해요. 쇼를 한번 하고 나면 며칠을 끙끙 앓는답니다. 모델 워킹은 보통 걸음걸이와 달라 무척 힘들거든요. 에너지 소비가 어마어마하죠.”

    -그렇지만 보람도 클 것 같아요.
    “물론이죠. 무대 위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쯤은 감수하는 거죠. 나로 인해 쇼가 완성되는 느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때의 희열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몸매 관리를 하려면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언제 무대에 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준비돼 있어야 해요. 하지만 모델의 80% 이상은 살이 안 찌는 체질을 타고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다이어트의 고통이 너무 크겠죠.”

    -연기학원에 다니며 드라마나 광고 촬영을 하고 있어요. 도움이 될까요?
    “워킹 실력은 한국 모델이 최고예요. 하지만 대부분 세계적인 톱 모델들은 외국인이잖아요? 비결은 표현력이에요. 워킹 실력이 좀 부족해도 표현이 풍부하니까 훨씬 눈길을 끄는 거죠. 그런 면에서 연기 활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또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정적인 활동보다 온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세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연습도 좋아요. 기쁨, 슬픔, 놀라움, 두려움 등을 억양과 표정에 담아내다보면 표현력이 좋아질 거예요.”


    △안소라 씨는 고교 2학년 때부터 패션쇼에 서기 시작해 1998년 SBS 슈퍼모델대회에서 ‘건강미인상’을 받았다. 2000년 미국 뉴욕 IMTA 국제모델대회에서 ‘메이크업상’과 종합 1위(한국)를 수상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뉴욕과 파리(프랑스)에서 활동했다. 현재 대덕대 모델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중부대 호텔경영과에서 국제매너를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