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서 뛰놀며 성격도 밝아졌어요"
천안=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6 09:41

충남 천안 청소년수련관 '스포츠 바우처 현장'을 가다

  • 요즘 어린이들에게 스포츠는‘즐기는’ 활동이라기 보다 ‘부담스러운’ 활동이다. 각종 용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돈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어린이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운동기구 살 돈이 없어 체육시간이 돼도‘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구령대 옆에 앉아 뛰노는 친구들을 구경하는경우도 적지 않다.

    ‘스포츠 바우처(sports voucher)’ 란 제도가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제도는 저소득층 자녀가 마음껏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국가가 비용을 대는 프로그램이다〈. 키워드 참조〉도입 21개월째,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에 문의해 스포츠 바우처 제도가 가장 모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충남 천안시 청소년수련관(동남구 유량동)을 찾았다.
  • 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가장 좋아하는‘김도균 축구교실’수업시간. 어린이들이 잔디구장을 누비며 신나게 공을 차고 있다. 이 수련관에선 스포츠 바우처 제도의 혜택을 받아 33명의 어린이들이 무료로 용품을 지원받고 수련관을 이용하고 있다. / 천안시 청소년 수련관 제공
    ▲ 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가장 좋아하는‘김도균 축구교실’수업시간. 어린이들이 잔디구장을 누비며 신나게 공을 차고 있다. 이 수련관에선 스포츠 바우처 제도의 혜택을 받아 33명의 어린이들이 무료로 용품을 지원받고 수련관을 이용하고 있다. / 천안시 청소년 수련관 제공
    ◆잔디구장서 공 차고 실내훈련도

    “안녕하세요!”

    지난 8일 오후, 수련관 입구에 들어서자 한 어린이가 씩씩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넸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이 뛰어나와 덩달아 인사하기 시작했다. 최순원 청소년수련관 총괄운영팀장은 “월요일이라 아이들의 목에 힘이 더 들어간 것 같다” 고 말했다. 월요일은 수련관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김도균 감독(33세)과 함께하는 축구교실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도균 축구교실’ 지난해 5월부터 천안시 성정동 축구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덕에 ‘흙바닥·모랫바닥 축구’ 만 해본 아이들은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힘껏 공을 찰 수 있게 됐다. 40명의 어린이 수강생 중 33명은 천안시 스포츠 바우처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최 팀장은 “1년여동안 축구교실을 진행하면서 체력이 좋아진 건 물론,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할 정도로 성격도 밝아졌다” 고 말했다.

    유난히 추워진 날씨 탓에 이날은 구장 연습 대신 실내 기초체력 훈련이 이뤄졌다. 이날 연습은 드리블 기본기 연습과 헤딩 하며 반환점 돌기 훈련으로 구성됐다. 얼마 안 가 어린이들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수강생 중엔 여학생도 몇 명 눈에 띄었다. 신채원 양(가명·12세)은 “평소 과학처럼 논리적인 과목을 좋아하는데 축구를 배우면서 과학 못지않게 논리적인 운동 같아 좋다” 고 말했다.

    남학생들은 잔디구장에서 뛰지 못하는 걸아쉬워했다. 권태호 군(가명·13세)은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하면 어져도 아프지 않아좋다” 며 웃었다.

    ◆엄격한 기준·홍보 부족은 문제

    하지만 스포츠 바우처 제도를 알고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는 많지 않다. 천안시의 경우 매년 신청자가 30명에 불과하다. 그나마저소득층 어린이에게 스포츠 바우처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청소년수련관 이용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천안시 청소년 수련관 방과후 아카데미 수강생 대부분이 저소득층 자녀다. 그나마 40명 중 일곱 명은 스포츠 바우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서류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솔직히 40명 모두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건 마찬가진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란 이유만으로 일곱 명은 유니폼과 축구화를 받지못했다” 고 전했다.

    정작 이 제도를 알아야 할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김도균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승 천안시생활체육회 실장은 “저소득층 가정은 대부분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관심이 적은데다 스포츠 바우처 혜택을 받기 위한 서류절차가 복잡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고 지적했다. 최순원 팀장은“아이들은스포츠 바우처가 뭔지도 모르지만 운동용품등 뜻밖의 선물에 즐거워한다” 며 “스포츠바우처 대상을 대폭 확대해 보다 많은 어린이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바우처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혜수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스포츠 바우처 프로그램은 정부50%, 지방자치단체 50%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며 “내년엔 50% 수준이던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30%로 줄이고 정부 지원을 늘리는 한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혜택받는 사람의 폭을 넓히겠다” 고 말했다.

    ☞스포츠 바우처 저소득층 유·청소년 스포츠 활동을 돕기 위해 매달 일정액(1인당 6만원 이내)의 스포츠 시설 이용료와 매년 일정액(1인 1회 6만5000원 이내)의 스포츠 용품구입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중 만 7~19세 유소년 및 청소년이 지원 대상이다. 주소가 등록된 시·군·구청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회원(1년 단위)으로 등록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스포츠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