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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어린이 책벌레’들이 충남 아산 교원 도고 연수원(아산시 선장면 신성리)에 모였다. 소년조선일보와 조선일보 교육섹션 ‘맛있는공부’, 교원그룹이 공동으로 마련한 초등 독서캠프 참가자들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참가자격을 얻은 전국 초등 3~5년생과 어머니 등 27가족은 1박 2일간 진행된 ‘책놀이’에 푹 빠졌다.
고만고만한 독서 캠프 사이에서 이번 행사는 특히 돋보였다. 대부분의 일정이 ‘엄마랑 아이랑’ 함께하도록 꾸며진 덕분이다. 학부모 김수란 씨(39세)는 “흔히 한번 잡은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책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기회에 아이가 독서를 좀 더 쉽게 여겼으면 하는 맘에서 캠프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
매회 주제를 정해 진행되는 캠프의 이번 주제는 ‘고전(古典)’이었다. 단, 단순 강의식의 딱딱한 프로그램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첫째 날인 13일엔 판소리 ‘심청가’를 불러보며 조선시대 후기 소설 ‘심청전’을 이해해보는 시간, 흥부·놀부 역할극을 통해 역시 조선시대 후기 소설 ‘흥부전’을 익히는 시간 등이 마련됐다.
백미(白眉·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는 14일 진행된 ‘맞짱 독서 토론’이었다. 참가자들은 ‘심청은 과연 효녀인가’, ‘흥부는 본받을 만한 인물인가’란 주제를 놓고 각자 논리를 앞세워 상대를 설득했다. -
주동혁 군(경기 고양 화정초 3년)은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심청을 옹호했다. 반면, 한상윤 양(경기 수원 상률초 3년)은 “다른 방법으로 공양미 300석을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목숨까지 버린 건 무모하다”며 “혼자선 밥도 잘 못 드시는 아버지를 두고 가버렸으므로 불효를 저지른 것”이라고 심청을 비판했다.
흥부에 관한 의견도 엇갈렸다. 강하라 양(경기 안산 삼일초 4년)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주는 장면에서) 흥부의 동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가난한 형편에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흥부는 분명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승하 양(서울 압구정초 5년)은 “흥부는 늘 놀부에게 당하기만 하지 않았느냐”며 “착하기만 한 것보다 필요할 땐 화도 낼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캠프는 내년 2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 주제를 달리해 진행된다. 소년조선일보와 맛있는공부 지면을 통해 참가 가족을 모집하며 당첨자에겐 숙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현재 2회 참가자까지 결정된 상태. 3·4회 캠프 일정과 참가 모집 안내는 추후 통보될 예정이다.
[초등독서 프로젝트 책을 펼쳐요] '초등 독서캠프' 현장에 가다
아산=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엄마와 함께 체험 활동… 책과 친해졌어요"
판소리 부르기·역할극으로 고전 이해 뒤 열띤 토론 펼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