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비즈공예… "엄마가 학생이 됐어요"
연천=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3 23:20

연천 은대초 '평생교육 프로그램' 인기 높아

  • 지난 10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은대초등학교를 찾았다. 교실의 웃음소리가 운동장에까지 들릴 정도로 작은 학교였다. 이날 2학년 1반 교실에선 ‘아주 특별한 교육’이 진행됐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평생교육’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쉽게 말해 학교가 학생이 아닌 학부모를 가르치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영어·수학 등 딱딱한 과목 대신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고 실용적인 항목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

    은대초 학부모들이 ‘학생’으로 돌아간 건 올 1학기부터다. 경기 연천교육지원청에서 예산을 얻어 1학기엔 풍물교육을 진행했고 이번 학기엔 POP 손글씨(Point Of Purchase, 슈퍼마켓 따위에서 세일 품목 안내 등을 손으로 쓴 글씨)와 비즈공예(beads·여성복, 수예품, 실내장식 따위에 쓰는 구멍 뚫린 작은 구슬을 이용한 공예) 등의 수업을 해오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부모는 모두 아홉 명. 규모는 조촐했지만 열기만큼은 대형 강의실 못지않았다.

    학교가 학부모의 수업 참여를 강요한 건 결코 아니다. 이정미 씨(35세)는 “처음 수업 안내 공문을 받았을 땐 망설여졌지만 공예반에 다니던 아이가 적극적으로 추천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의 딸 윤현지 양(2년)은 “엄마가 공예를 다 배우고 나면 함께 공예작품으로 놀이동산을 꾸며보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 지난 10일 경기 연천 은대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지도 아래 POP 손글씨를 활용한 공예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 은대초등학교 제공
    ▲ 지난 10일 경기 연천 은대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지도 아래 POP 손글씨를 활용한 공예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 은대초등학교 제공
    학부모 대상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은 교육 효과가 자녀에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영심 씨(41세)는 “1학기 때 학교에서 풍물교육을 받고 집에 가서 장구 치는 연습을 했더니 아이가 그걸 똑같이 따라 하더라”며 “우리가 배우는 게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배우게 된다”고 밝혔다.

    은대초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미 인근 지역 학교까지 입소문이 났다. 수업 진행을 맡고 있는 장영희 선생님은 “수강생 모집 기간이면 이웃 학교 학부모에게서도 신청 문의 전화가 오곤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교감할 수 있는 수업이란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