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 작은 학교가 강하다] (5) 충북 단양 가곡초등 대곡분교 <끝>
단양=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1.12 00:29

전교생이 농사지으며 협동심 '똘똘'… 어르신들 찾아가 '봉사 활동'도

  • 지난달 26일, 충북 단양 가곡초등 대곡 분교(교장 연남용, 분교장 김명수)를 찾아 나섰다. 굽이굽이 펼쳐진 소백산 길을지나 조그마한 산골 마을에 도착하니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장’ 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길의 끝에 아담한 단층 건물의 대곡분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장에 카펫처럼 깔린 노란 은행잎, 배경음악처럼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가 어우러져 산골 학교의 정겨운 가을 풍경이 펼쳐졌다.


  • 지난달 26일 오후 운동장으로 야외 수업 나온 대곡분교 5학년 어린이들이 은행잎을 던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 단양=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지난달 26일 오후 운동장으로 야외 수업 나온 대곡분교 5학년 어린이들이 은행잎을 던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 단양=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텃밭 가꾸기· 단풍잎 물들이기… 자연과 놀다

    대곡분교에선 전교생이 함께 텃밭을 가꾼다. 이곳에서 키워지는 농작물은 고구마· 옥수수· 감자· 가지· 오이· 땅콩· 상추 등다양하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활동인 만큼 학년 구분 없이 친해질 수 있고, 함께 농사를 지으며 협동심도 키울 수 있다. 김수민 양(5년)은 “교실에서 책 보는것보다 밖에서 체험활동 하는 게 훨씬 즐겁다”며“고구마가 자라는 걸 관찰하고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자연체험 활동 중 올해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단풍잎 물들이기’. 학생들이 직접 단풍잎을 관찰한 후 각자 손수건에 물들이는 활동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유윤종 선생님은 “(단풍잎 물들이기 활동을) 한번 더 하자고 조르는 학생이 많았다” 며 “자신이 직접 해본 후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는 수업이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단풍잎 물들이기 수업은 자연· 미술 공부는 물론, 각자 손수건에 시를 써보는 활동을 통해 국어 공부까지 되니 일석삼조” 라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저희가 직접 수확한 고구마랍니다. / 손수건에 단풍잎 물들였어요! / 대곡분교제공
    ▲ (왼쪽부터)저희가 직접 수확한 고구마랍니다. / 손수건에 단풍잎 물들였어요! / 대곡분교제공
    ◆마을 노인 찾아가 봉사활동… 잔치 때 공연도

    예의 바르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어린이를 키워내는 인성교육도 대곡분교의 자랑거리다. 대곡분교 어린이들은 혼자 사시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청소해 드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린다. 어버이날엔 동네 어르신에게 직접만든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가 하면 마을 잔치에선 재롱잔치도 펼친다. 대곡분교 어린이들이 선보이는 사물놀이· 댄스· 연극 등의 공연은‘인기 만점’이다.

    심효진 양(5년)은 “처음 무대에 올랐을땐 무척 떨렸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는 마음에 즐겁게 공연했다”고 말했다. 문경준 군(2년)은 “손뼉치며 좋아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니 참 뿌듯했다” 며 “더욱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고 말했다.

    ◆‘산촌유학센터’로 폐교 위기서 화려하게 부활

    사실 대곡분교는 지난 2007년 사라질뻔했다. 관할 교육청에서‘학생 수가 너무 적어 다른 학교와 합쳐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온 것. 이때 나선 사람이 이 학교 졸업생 정문찬 이장이었다. 정 이장은 이듬해인 2008년 산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 도시 어린이들이 이곳에 머무르며 다양한 체험학습 활동에 참여하고 뒤처지는 과목을 개별적으로 지도받을 수 있게 한 것.

    그 결과, 대곡분교는 2년도 안 돼 ‘다니고 싶은 인기 학교’ 로 거듭났다. 현재대곡분교 전교생 32명 중 23명은 도시에서 전학 온 어린이다. 서울· 인천· 부산· 마산 등 출신 지역도 가지각색이다. 모두 가족과 떨어져 산촌유학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도시 유학생’ 어린이들의 반응도 좋다. 충북 제천에서 온 정운환 군(2년)은 “예전에 다니던 학교와 달리 선생님은 물론, 전교생과 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어좋다” 며 “특히 담임 선생님이 마치 과외선생님처럼 잘 모르는 내용은 이해될 때까지 지도해주셔서 전학 온 후 성적도 많이 올랐다” 고 말했다.

    김명수 분교장 선생님은 “올해 우리 학교로 전학 오겠다는 신청 대기자만 200여 명이지만 앞으로도 ‘작은 학교’ 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전교생 수를 30명 정도로 유지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대곡분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

    전통놀이를 아시나요?

    대곡분교의 방과후 활동 중 하나로 ‘전통놀이 교실’ 이있다. 비석치기(일정 거리에서 손바닥만한 작은 돌을발로 차거나 던져상대의 비석을 쓰러뜨리는 놀이)· 윷놀이· 자치기(나무로 된 막대기를 치고받는 놀이) 등 우리 조상의 놀이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꾸며진 수업이다.

    서울에서 올해 이 학교로 전학 온 하늘찬 군(5년)은 “납작하고 평평한 돌을 직접 구해 비석치기 할 때면 기분이 최고” 라고 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비석치기챔피언’ 으로 꼽히는 심효진 양(5년)은“재미있는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방과후 시간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맡고 있는 권애정 선생님은 “전통놀이를 하면 조상들의 놀이 문화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키울수 있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