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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중 화초등학교 4층의 한 교실. 여러 가족이 모둠을 이룬 채 독서신문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독서신문이란 책 내용을 신문 형태로 전지(全紙·자르지 않은 온전한 종이. 펼쳐진 신문의 2배 크기다)에 펼쳐 꾸며보는 활동을 말한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어떻게 신문지면에 표현할지 고민하는 어린이, 일찌감치 구상을 끝낸 후 가위질에 분주한 어린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이 주최한 ‘독서토론논술 페스티벌’ 중 하나로 마련됐다. 지난해에 이어 동부교육지원청 관내 43개 초등학교가 참가한 이날 행사에선 독서신문 만들기를 비롯해 독서토론, 독서논술 등 다양한 독서 관련 행사가 펼쳐졌다.
독서신문 만들기 교실에서 만난 유민서 양(서울 면중초 4년)은 신문에 ‘역사 속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유양이 고른 책은 조선시대 세종 때 펴낸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충신·효자·열녀를 각 35명씩 뽑아 그 행적을 그림과 글로 칭찬한 책이다. “세종대왕이 이 책을 만들어 나라의 기강(紀綱·규율과 법도)을 바로잡았다고 하더라고요. 한 권의 책이 나라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 봐도 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최연서 양(서울 종암초 4년)은 ‘책이랑 손잡고 세계로’란 제목 아래 다문화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책들로 지면을 채웠다. 최양이 고심 끝에 선택한 책은 ‘깜근이 엄마’(노지설 지음, 홍진P&M)와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모니카 슐츠·요란 슐츠 지음, 고래이야기) 등 두 권. 앞의 책은 필리핀 다문화 가정의 사연을, 뒤의 책은 스웨덴 입양아에 대한 실화를 각각 다루고 있다. 최양의 어머니 조인숙 씨는 “연서가 평소 다문화 사회에 관심이 많아 이번 독서신문의 콘셉트도 연서의 생각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
이날 행사엔 아버지도 몇 명 눈에 띄었다. 이혜원 양(서울 동답초 4년)의 아버지 이철규 씨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늘 아쉬웠는데 오늘 뜻깊은 활동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 장연희 씨는 “독서신문은 같은 책을 읽고 아이와 부모의 느낌을 서로 얘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가족 활동으로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행사명이 ‘페스티벌(festival·축제)’로 정해진 덴 특별한 이유가 있다. 행사를 총괄 지휘한 이은미 서울 중화초 선생님은 “우리 학교를 비롯해 관내 모든 초등학교가 3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독서캠프를 운영해왔고 학기 중엔 독서토론반을 운영해오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의 활동 결과를 나누는 장(場)이기 때문에 ‘대회’가 아닌 ‘축제’로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선생님은 “올해 2회째인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 내년에도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끼리 책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즐거워"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서울 동북교육지원청 주최 '독서논술축제' 현장에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