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자녀를 황제처럼 떠받들지 말라
송지희 자녀교육 전문가·<명품 자녀로 키우는 부모력> 저자
기사입력 2010.11.10 09:50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막무가내 떼쓰는 독불장군 아이는

  • “아이가 휴대폰을 몇 달 쓰지도 않았는데 또 새 기종을 사달라고 합니다. 처음엔 안 된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학교에도 안 가겠다고 합니다. 결국 아이 말을 들어주게 됩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휴대폰을 세 번이나 바꿨는데 매번 아이는 더 큰 요구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냐오냐 부모’ 밑에 ‘독불장군 아이’

    부모 중 상당수가 아이에게 무조건 잘해주고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한다. ‘아이를 바르게 가르겠다’는 생각보다 아이를 야단치는 게 마음 아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이다. 이런 가정일수록 아이가 집안에서 대장 노릇을 한다. 부모는 물론,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모든 걸 아이에게 맞춰주기 때문에 아이는 그야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못하는 일이 없음)의 권력을 누린다.

    부모의 지나친 과잉보호와 자유방임적 태도는 부모의 권위를 떨어뜨려 자녀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만든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무섭다. 간혹 TV나 신문에 ‘가족을 폭행하는 자녀’가 보도되는데 그 이면엔 어김없이 자녀를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 그런 부모를 무시하며 빗나가는 자녀가 있다.

    아이는 원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런 데다 집안에서 황제처럼 떠받들어지면 ‘세상에 내가 원하는데 못 얻을 건 없다’는 비현실적 자신감에 빠지게 된다.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친구들과 놀 때도 양보나 타협을 모르고 뭐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휘둘리지 말고 권위 지켜야

    심부름꾼처럼 자기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부모를 둔 자녀는 친구나 가족 등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공감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자기 욕구를 절제할 줄 모르고 늘 타인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자신의 요구를 부모처럼 받아주지 않으면 선생님도 미워한다. 선생님이 자신을 나무랄 때,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이 처한 환경이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을 때면 이내 거부 반응을 나타낸다. “학교 다니기 싫어!” “왜 학교에 다녀야 해? 안 갈 거야.” “선생님 미워!” “걔랑 안 놀 거야”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싫다는 걸 강요하면 난폭해지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정작 타인의 불편이나 고통엔 무심하다. 그야말로 안하무인(眼下無人·방자하고 교만해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이다.

    이런 습관을 어릴 때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때 원만한 사회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허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 양보와 자제, 자립심과 협동심이 몸에 밸 수 있도록 단호하게 가르쳐야 한다. 자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건 자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망치는 지름길이다. 

    부모는 자녀 앞에서 권위 있고 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적절한 통제와 보호는 자녀 교육에 필수다.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는 어디까지나 자녀를 가르치고 이끌어나가는 존재다. 아이에게 끌려 다니거나 아이의 요구에 휘둘려선 안 된다. 위 사례의 경우, 자녀와 휴대폰 사용 규칙을 정하고 ‘얼마 동안은 이 기종을 싫증 내지 않고 사용한다’는 식의 약속을 미리 할 필요가 있다. 새 휴대폰을 갖고 노는 즐거움뿐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기다릴 줄 아는 미덕도 알려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해낼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게 좋다. 조금만 어려워도 엄마를 찾는 아이를 방치하면 그 아이는 커서도 ‘마마보이’가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때론 실패도 해보며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아무리 자녀를 사랑해도 평생 자녀 옆에서 돌봐줄 순 없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혼자 살아나갈 힘을 갖추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시기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다. 아이가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이고 부모를 해결사로 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자. 그러면 아이는 욕구를 잘 조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해내는 대견한 모습으로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