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영재 작곡가 16세 소년 김준현 군 "100년 넘게 사랑받는 작곡가 될래요"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11.08 09:44

일곱 살 때 피아노 배우기 시작해
어린이 오페라 '어여쁜 노랑나비' 작곡

  • 베르디·푸치니(이상 이탈리아)·비제(프랑스). 하나같이 최고의 찬사를 받는 오페라 작곡가들이다. 작품이 발표된 지 100년도 훨씬 넘게 흘렀지만 전 세계 음악팬들은 여전히 이들의 음악에 울고 웃는다. 사람은 떠나도 음악의 감동은 영원히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 한국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를 꿈꾸는 소년이 있다. 오페라 작곡은 음악 전공자에게도 만만찮은 일이다. 한 시간이 넘게 계속되는 선율에 ‘이야기’까지 담아내야 해 수십 년간 오페라를 공부해온 이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분야다. 하지만 이 소년은 열 여섯 나이에 벌써 오페라를 작곡했다. 오는 12일과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본인이 작곡한 어린이 오페라 ‘어여쁜 나비’를 공연하는 김준현 군(독일 메트몰트 음악대학 영재원)이 그 주인공이다.

    ‘제2의 베르디’란 이름보다 ‘제1의 김준현’이 되겠다는 이 당찬 소년을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 생애 첫 오페라 공연이 며칠 남지 않아 인터뷰 내내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해하던 준현 군.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자신의 말처럼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김재현 기자
    ▲ 생애 첫 오페라 공연이 며칠 남지 않아 인터뷰 내내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해하던 준현 군.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자신의 말처럼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김재현 기자
    -작곡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곱 살 때 처음 피아노 건반을 잡았어요. 어머니의 권유였죠. 어렸을 땐 대부분의 부모님이 자녀 적성을 살피느라 이것저것 시켜보시잖아요. 제 경우 다른 분야는 얼마 안 가 싫증을 냈는데 피아노만큼은 그렇지 않았어요. 피아노 앞에 앉으면 마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했죠. 피아노를 배우며 어렴풋이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때 마음이 계속 이어져 작곡까지 공부하게 됐고요.”

    -처음 작곡한 작품은 어떤 곡이었나요?

    “서울 예원학교 1학년 때 만든 피아노곡 ‘밤’이에요. 초등 5학년 때 작곡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때 들었던 여러 작품 중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 정경’에서 영감을 얻어 밤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죠. 악보로 만든 첫 번째 곡이기도 해요. 아, 솔직히 말하면 일곱 살 때 어머니 앞에서 연주한 피아노 즉흥곡이 첫 작품일 수도 있겠네요. 당시 어머니가 깜짝 놀라셨던 기억이 나요. 물론 ‘다시 쳐보라’는 어머니 주문을 만족시켜드리진 못했지만요.” (웃음)

    -여태까지 총 몇 곡이나 작곡했어요?

    “악보를 그릴 줄 몰랐을 땐 제가 피아노 치는 장면을 어머니가 캠코더로 녹화하신 후 전문가에게 보내 스튜디오에서 다시 녹음하곤 했어요. 이제까지 모인 곡을 다 합하면 70곡쯤 되는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반주곡, 피아노곡 등 장르는 다양하고요.”

    -이번에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어여쁜 노랑나비’를 작곡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독일 유학 중이던 지난 9월 갑자기 한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국립오페라단에서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기왕이면 눈높이가 비슷한 젊은 작곡가의 작품이었으면 했대요. 그 얘길 듣고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으로 계시는 이영조 교수님이 절 추천해주셨다더군요. 때마침 저 역시 어린이용 오페라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흔쾌히 응했습니다.”

    -‘어여쁜 노랑나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김기정 동화작가의 ‘네버랜드 미아’를 원작으로 만든 곡입니다. 일상에서 따분함을 느끼던 어린이 ‘미아’가 신비한 나라 ‘네버랜드’로 떠나며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죠.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많이들 보러와 주세요.”

    -이번 작품이 준현 군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을 텐데요.

    “피아노곡이나 오케스트라 곡은 더러 만들었지만 오페라 곡은 처음이에요. 첫 오페라이다 보니 더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죠. 한창 곡을 만들 땐 5일 내내 자지도, 씻지도 않고 작곡에 몰입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서 자부심도 느낍니다.”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으세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 이름은 누구나 알죠. 그들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아,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이다!’라고 생각할 거예요. 저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음악으로 한 세기를 넘어서까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100년쯤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김준현의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