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노벨과학상을 받으려면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토론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울산대학교(총장 김도연)가 개교 40주년을 기념해 수여한 명예물리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울산대를 찾은 미국의 물리학자 이바르 이에버(Ivar Giaever) 박사는 29일 '내가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Why I receive the Nobel Prize: A personal account)'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로 '토론(논쟁) 없는 교육'을 지적했다.
이에버 박사는 "한국이 왜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학생의 질문에 "한국에 와서 강의를 하는데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확답했다.
그는 "한국 사람은 예의 바르고 남을 존중하는 미덕이 있다. 하지만 과학은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가정에서는 부모님과 토론하면서 의견을 공유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신이 197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초전도체에서의 터널효과'도 800여명의 박사 앞에서 발표를 하고 거기서 쏟아진 많은 질문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침내 이론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벨물리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호기심, 경쟁심, 창조적인 생각, 자신감,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버 박사는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자신은 직업이 있어도 집을 구할 돈이 없어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노르웨이에서는 턱걸이 수준의 물리학과 수학 성적이 미국에서는 아주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아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사 입사, 왕성한 연구활동을 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행운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 시점에 대해선 "현대, 삼성, LG 등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아직까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는.
"한국은 너무나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다른 사람과 argue(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교수와 함께 토론을 하면서 의견을 공유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현대, 삼성 등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들을 보았을 때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노벨상을 받은 초전도 분야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지금도 MRI 등 의학 분야나 우리 주변에서 초전도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어떤 분야에서 새롭게 사용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강연 중에 'LUCK'이 중요한 요소라고 했는데 자신이 LUCKY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자신이 LUCKY하다는 것을 알아내는 방법에 대해서 정확히 말하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사람마다 다양한 삶을 살고 때로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운처럼 느껴지던 일이 나중에는 행운이었다는 것을 알아채기도 한다. 나도 노르웨이에서 집을 구하지 못해 캐나다로 이민을 간 것이 정말 불운하게 생각됐다. 그런데 내가 노르웨이에서 집을 구했다면 미국에 갈 일도 없었을 것이고 노벨상도 받지 못했을 것이고 이렇게 울산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기계공학과 물리학 중에서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다. 내가 캐나다에 이민을 갔을 때, 그리고 GE에서 일할 때는 수학이나 물리학이 인기 분야여서 이 분야의 과학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생물학에서 젊고 유능한 과학자들이 많다. 그래서 다시 태어난다면 생물학을 전공해 젊은 과학자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
노벨물리학상 이에버 박사 "토론 없는 교육 탓 노벨상 못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