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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내중학교 앞. 이진주(본명 이세권, ‘진주’는 작가의 딸 이름이랍니다) 작가가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습니다. 이내 그는 골목길을 가만히 바라보다 뭔가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만화가 ‘달려라 하니’ 예요. 작품 속에서 성내중학교는 빛나리중학교로, 동네 슈퍼마켓은 홍두깨 슈퍼마켓으로 그려집니다.
작가가 살고 있는 동네 배경이 고스란히 만화 속으로 들어온 거죠. ‘달려라 하니’ 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읜 소녀 하니가 달리기 선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
1985년 만화잡지 ‘보물섬’ 에 연재되며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원래 하니의 이름은 ‘포니’ 였습니다. 뜀박질 잘하는 여자아이 캐릭터와 ‘조랑말’ 이란 뜻의 영단어 포니(pony)가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당초 하니의 모습은 키가 큰 금발 소녀였다고 해요. 이름이 바뀐 건 같은 이름의 한 자동차 브랜드 때문이었어요. ‘자동차 홍보를 해주는 거냐’ 는 항의에 부딪힌 작가는 즉흥적으로 ‘벌꿀’ 을 뜻하는 허니(honey)를 떠올렸고, 결국 하니로 최종 결정 됐답니다. 만약 하니가 ‘키 큰 금발 소녀’ 였다면 어땠을까요? 작고 외롭지만 당찬 하니 특유의 캐릭터가 잘 살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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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니’ 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조연 캐릭터의 활약입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1988년엔 만화영화로도 제작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리즈만화영화였죠. ‘달려라 하니’ 는 그 밖에도 많은 화제를 뿌렸습니다. 콧소리가섞인 홍두깨 선생님의 독특한 목소리 연기, “난 있잖아 /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 하늘 땅만큼~ ♬” 으로 시작되는 이선희의 주제가 등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니의 라이벌 ‘나애리’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죠.하니는 키도 작고 덜렁대면서 자존심 하나는 센,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하니가 육상 선수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의 관계가 잘 어우러지며 한편의 가슴 찡한 스포츠 성장 드라마가 완성된 거죠.
여러분도 친구와 선생님, 동네이웃을 잘 관찰해 ‘달려라 하니’ 같은 만화를 한 편 그려보세요. 세상의 모든 훌륭한 작가도 그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거랍니다.
[윤주언니의 캐릭터 여행] 천방지축 하니의 육상선수 성장기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 계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