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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give me some candy(캔디 좀 주세요).”
“Stretch out your arms like a zombie(좀비처럼 두 팔을 앞으로 뻗어봐)!”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개명초등학교(교장 이종구) 4층 영어교실 앞. 고깔마녀 모자를 쓰거나 괴물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하얀 소복 차림의 선생님은 영어로 몇 가지 동작을 지시하고 학생이 제대로 따라 할 경우에만 사탕을 건넸다. 사탕을 받지 못한 몇몇 어린이는 “Trick or treat(사탕 안 주면 괴롭힐 거예요)!”란 주문을 외며 선생님을 귀엽게 협박(?)했다. -
이날 파티는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키워드 참조>를 앞두고 개명초등 영어 선생님과 인근 초등 원어민 선생님이 뜻을 모아 마련했다. 어린이들이 영어권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재밌는 놀이로 영어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행사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핼러윈 소품 만들기, 핼러윈 의상 입고 사진 찍기 등이 주요 프로그램. 특히 원어민 선생님들은 드라큘라나 마녀 등으로 ‘깜짝 변신’해 어린이들을 즐겁게 했다.
핼러윈 소품 만들기 코너에서 가장 인기를 끈 건 ‘뼈다귀 인형 만들기(Making a Skeleton)’였다. 뼈다귀 그림 도안과 할핀(종이 조각 등을 이어 붙이는 데 사용되는 철사 핀의 일종)을 활용해 해골 모양의 인형을 완성하는 활동이었다. 개명초에 이웃해 있는 영신초 원어민 교사 캐더린(Cathryn)은 “영어를 자신 없어하는 어린이도 파티 형태를 도입해 그런지 영어를 쉽게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남호 군(3년)은 직접 만든 뼈다귀 인형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집에 가서 전시해놓을 거예요. 오늘 평소 수업 때보다 원어민 선생님과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어요.”
‘막대사탕 뱀파이어(Vampire Lollipops)’ 활동도 큰 호응을 얻었다. 막대사탕과 검은색 펠트지, 눈알 스티커 등을 이용해 뱀파이어(vampire·흡혈귀) 인형을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손유진 양(5년)은 “만들기도 실컷 하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이런 파티가 내년에도 또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념사진 촬영(Taking a special photos)’ 코너에도 많은 어린이가 몰렸다. 어린이들은 갖가지 핼러윈 의상으로 단장한 후 핼러윈 데이 풍경이 그려진 벽을 배경으로 친구와 사진을 찍었다. 정하림 양(4년)은 “핼러윈 파티를 한다고 해서 어떨까 기대했는데 신기한 옷도 입어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
이날 행사를 총괄한 장지영 선생님은 “문법 위주의 딱딱한 영어 수업에서 벗어나 외국 문화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실 수업에선 아무래도 영어 실력이 뛰어난 아이가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할 가능성이 높아요. 오늘 파티를 모둠별로 진행한 건 그 때문입니다. 평소 영어를 어려워하던 아이도 원어민 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영어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강태석 연구부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 핼러윈 파티는 지난 2008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곁들여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핼러윈 데이
만성절(All Saints’ Day·모든 성인의 날) 전날인 10월 31일에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축제. 기원전 500년 영국과 아일랜드 지역에 살던 켈트족(族) 성직자들이 매년 이날 악령을 쫓아온 데서 유래했다. 새해와 겨울의 시작을 맞는 날로, 아이들은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어먹는다.
"해골 인형 만들며 영어와 친해졌어요"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서울 개명초등 '핼러윈 파티' 현장을 가다
다양한 영어권 문화 체험 위해 2008년부터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