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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전날보다 아침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지는 등 때아닌 한파(寒波·차가운 공기가 유입돼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현상)가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등굣길 어린이들은 두툼한 외투를 꺼내 입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실제로 이날 아침 서울 기온은 영하 0.9도까지 내려갔다. 10월 기온으로 치면 최근 10년 중 2002년(영하 0.3도)에 이어 두 번째로 영하의 기온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습적으로 한파가 찾아온 건 북서쪽에서 세력을 넓힌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한반도에 일시적으로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추위, 작년보다 한 달 빨리 찾아왔다
이번 한파는 지난해보다 1개월가량 빨리 찾아왔다. 작년 10월 26일의 최저 기온은 영상 10도, 한 달 뒤인 11월 26일은 영상 2도였다. 예년 기록을 살펴봐도 갑자기 추워지는 시기는 대개 11월 중순쯤이었다. 박찬귀 기상청 예보관은 “태풍 ‘메기’가 중국 대륙으로 이동함에 따라 난기(暖氣·따뜻한 공기)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찬 대륙고기압이 강해졌다”며 “태풍과 찬 공기가 한반도의 지역을 나눠 갖는 현상이 이번 한파의 주된 이유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기는 이상 기후 현상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날씨는 유독 변화무쌍(變化無雙·비할 데 없이 변화가 심함)했다. 올 1월엔 서울에 100여 년 만에 25.8㎝의 기록적 폭설이 내렸다. 따뜻해져야 할 봄엔 이상 한파가 몰아쳤고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갑작스러운 비와 무더위가 반복됐다. 예년보다 훨씬 심해진 더위나 추위 모두 지구 온난화 현상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
◆‘반짝 추위’ 횟수 늘고 일교차 심해져
찬 대륙성 고기압의 일시적 확장으로 인한 ‘반짝 추위’는 다음 달에도 간간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 예보관은 “이번엔 기습 한파가 잠깐 모습을 드러냈지만 11월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횟수가 2~3일 간격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11월 중순에 들어서면 대륙성 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 변동의 폭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리가 내리는 곳이 많아지고 내륙과 산간 지방에선 얼음이 어는 곳도 늘어날 전망이다. 박 예보관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여 한낮에 아무리 더워도 옷을 겹겹이 입어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칙적 운동·손 씻는 습관이 중요해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호흡기 계통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의 경우, 감기나 독감 등 기침을 일으키는 질환이 3일 이상 지속되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김남수 대한소아과학회 의료정보이사는 “춥다고 운동도 안 하고 방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약화돼 감기에 더 쉽게 걸린다”며 “이럴 때일수록 평소보다 신체 활동의 강도를 좀 더 높여 규칙적으로 운동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에만 걸리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전염성 바이러스 감염도 이맘때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김 이사는 “바이러스에 의한 설사 등 전염성 질환은 요즘 같은 초겨울에 특히 유행한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꼼꼼히 손 씻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등굣길 종종걸음… 10월의 '기습 추위'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서울, 8년 만에 10월 영하 기온… 전국이 '쌀쌀'
올겨울 반짝 추위 잦을 듯 "신체 활동 늘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