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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와의 갈등
초등학교 5학년인 수민이는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자 엄마에게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에 가서 놀고 오겠다”고 했다. 엄마는 예상치 못한 아이의 요구에 적잖이 당황했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지만 아이는 반발하며 따져 물었다. “딴 애들은 다 되는데 왜 전 안 돼요?” 찜질방은 아이들끼리 가는 곳이 아니라며 아이를 설득했지만 수민이는 엄마가 너무 답답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부모 품 떠나려는 행위, 건강한 발달의 신호
요즘 들어 수민이는 툭하면 엄마에게 말대답을 하고 엄마 몰래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등 예전에 안 하던 행동을 해서 엄마를 놀라게 한다. 시간을 내어 얘길 해보려고 해도 “내가 알아서 할 거야”라고 말하며 엄마를 거부하는 것 같아 엄마는 무척 속상하다. 아이를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믿고 있는 엄마는 수민이가 위험한 곳에 가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다보니 거짓말까지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려는 아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실제로 어린이를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성폭행 등 강력 범죄 발생 빈도도 크게 늘었다. 당연히 부모는 아이를 밖에 내보내는 맘이 편치 않다. 그래서 아이를 부모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며 보호하려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아이들이 어릴 땐 이런 방법이 통용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며 부모의 통제는 한계에 부딪힌다.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를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반발심을 갖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기 맘을 몰라주는 아이가 야속하고 미워지기까지 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며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아이가 부모 품을 벗어나려고 시도할 때 부모는 지나친 걱정이나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자녀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보호자’에서 ‘상담자’로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다면 자녀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자녀의 사춘기 발달도 지혜롭게 도와줄 수 있다.
◆과잉보호나 통제는 금물 상담자가 돼주자
사춘기는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시기다. 동물은 이 시기가 되면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던 울타리를 떠나 독립하고 짝짓기를 한다. 부모 말을 잘 따르던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 자기주장을 하고 안 하던 행동을 하며 부모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부모가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사춘기 자녀가 부모 품을 떠나 자유를 탐험하고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욕구 역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다.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욕구만 앞세우면 자녀와의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사춘기 아이에게 또래 친구는 부모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자녀의 친구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비판하기보다 자녀의 또래 문화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입장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부모의 품을 벗어날 때 부모는 상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부모는 아픔을 감수하며 자녀의 독립을 지지하고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게 자녀를 진실로 사랑하는 자세다. 자녀를 부모가 원하는 형태로, 부모 맘에 들게 키우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게 부모가 할 일이다. 덧붙여 자녀가 힘들어할 땐 부모 곁에서 편안히 쉬었다가 다시 힘차게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는 아이로부터 한 발짝 물러날 필요가 있다. 아이 생활을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으면서 아이가 고민이 있거나 힘들어할 때 잘 들어주는 상담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며 과잉보호하거나 지나치게 통제하려고 해선 안 된다. 아주 위험하거나 해로운 일만 아니라면 되도록 뭐든 시도해볼 수 있게 하자. 혹시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 날개를 꺾어 곁에 두려고 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보자. 그건 부모 눈에 사랑일지 몰라도 진짜 사랑은 아니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엄마는 상담가! 이해하고 들어주세요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사춘기는 '정서적 독립시기' 지나친 간섭은 갈등만 부추겨 이해·격려로 대화 물꼬 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