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G20 재무회의' 무엇을 합의했을까?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0.26 09:55

"환율, 시장에 맡겨 나라간 수출 불균형 줄이자"

  • 지난 22일과 23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후 발표된 코뮈니케(공식 공동선언문)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反響·사건이나 발표 등이 세상에 영향을 미쳐 일어나는 반응)을 일으켰다. 당초 예상과 달리 환율과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 핵심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경주 회의 폐막 후 공식 선언문을 발표하고 “G20 회원국들은 ‘시장결정적 환율 제도를 따르고 경쟁적 통화 절하(환율 상승)를 자제한다’는 환율 합의에 도달했다”며 “오늘 이후 환율 논쟁은 더 이상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언문엔 이 밖에도 △경상수지(經常收支·외국과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사고판 결과를 종합한 것)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IMF 지분을 신흥국으로 6% 이전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환율을 시장 원리에 맡긴다’는 게 무슨 뜻이지?

    경주 회의에서 발표된 ‘환율 합의’의 요지는 ‘회원국이 자기 나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외환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환율을 끌어올리는 행동을 자제하고, 환율 수준을 시장원리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을 끌어올리는 게 왜 수출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어 1달러가 우리나라 돈 1000원에 해당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모자 한 개를 1달러에 미국에 수출한다고 해보자. 환율이 올라 1달러가 1500원까지 치솟았을 때 우리나라 기업이 받는 돈 역시 1000원에서 1500원으로 늘어난다. 또 이득이 늘어난 기업이 수출 가격을 낮추면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겨 수출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기 나라 수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환율 상승, 다시 말해 자기 나라의 화폐 가치를 낮추는 일에 힘쓰게 마련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는 달러보다 가치가 낮아 엄청난 수출 흑자를 기록 중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환율이 오르는 바람에 수출 시장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의 합의 내용은 나라별로 불공평한 경제 상황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 지난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경제 시장에서 한국·중국 목소리가 커진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또 다른 내용에 담긴 의미도 살펴보자. ‘경상수지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의 비율을 정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 합의 역시 지속적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인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IMF의 지분 6%를 신흥국으로 이전한다는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선언문에 따르면 IMF 지분은 오는 2012년 연차총회 때까지 신흥국으로 최소 6% 이상 넘겨진다. 현재 24명인 이사 구성도 바뀐다. 유럽 국가에 배정된 2명분의 자리가 신흥국 이사용으로 옮겨지는 것. 이 같은 조치로 IMF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목소리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합의 이후 대표적 아시아 신흥국인 중국은 IMF 지분 순위가 6위에서 3위로, 우리나라는 18위에서 16위로 각각 올라갔다.

    ◆경주회의 합의내용, 11월 서울 본회의서 구체화

    경주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다음달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본래 G20 재무장관 회의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국제사회의 주요 경제·금융 이슈 등을 논의해 의제(議題·회의에서 의논할 문제)를 합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안길섭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앞으로 정상회의까지 남은 3주간 기획재정부와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의 주도로 회원국들과 접촉해 경주 회의 때 합의된 내용들을 보다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선언 주요내용

    1. 환율은 시장 원리에 맡기자

    2. 나라 간 수출 불균형 줄이자

    3. IMF에서 신흥국에 힘 실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