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초등 6학년생의 하루는 ‘전쟁’입니다. 스트레스 면에선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과 다를 게 없다 싶을 정돕니다. 그 만큼 치열하게 공부한다는 뜻이겠죠. 오죽하면 열세 살 어린이들더러 ‘초등 입시생’이라고 할까요.
지난 18일과 19일 소년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선보인 기획 ‘공부에 치인 어린이들’ 기사 기억하시나요? 현장에서 바라본 초등 6년생 기찬이의 생활은 정말 고3 수험생의 판박이였습니다. 기찬이와 하루를 함께했던 제 입에서 먼저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딱 하루 기찬이의 생활을 경험한 제가 그 정도였으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기찬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핫도그입니다. 취재 당일에도 기찬이는 학원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 놓인 핫도그와 우유를 보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우더군요. “밥보다 핫도그가 훨씬 맛있어요.” 우스갯소리를 하는 기찬이는 피부가 유난하다 싶을 만큼 하얀 데다 볼이 통통하게 올라 영양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태였습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시간에 학원 수업에 쫓기며 핫도그로 허기를 달래는 기찬이가 무척이나 안쓰러웠습니다.
사실 초등 6년생의 문제는 비단 공부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친구 관계예요. 취재 중 만난 한 어린이는 6학년에 올라오며 반 공기가 달라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쉬는 시간조차 서로 얘기 한 마디 않고 학원 숙제에만 열중하더라나요. 5학년 때만 해도 잘 어울렸던 친구들이 불과 1년 만에 확 멀어진 느낌이었답니다.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말이죠.
힘겨운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린이들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기찬이는 고생하는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10년 후엔 멋진 대학생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히더군요. 열세 살, 아직 어린 나이지만 기찬이를 보며 전 ‘벌써 철이 들었구나’ 싶었습니다. 전 앞으로도 기찬이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이 땅의 모든 초등생을 응원할 생각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힘들어도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자!
[취재일기] 힘겨운 6학년, 힘내라 6학년!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