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에서 가장 환경이 안 좋은 곳이에요(웃음)."
지난달 30일 찾아간 전북 진안 조림초등학교의 전봉기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로 기자를 안내하며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보통 교장실은 학교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곳인데….'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긴 해도 여기 소파니 책상, 천장과 바닥에서 지금 각종 유해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을걸요? 우리 학교에서 이렇게 거친 장소는 교장실뿐입니다."
'교장실 환경이 학교에서 제일 안 좋다' 는 얘길 뒤집으면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나머지 공간은 100% '유해 물질 제로(0)지대' 란 뜻이 된다.
◆ 황토교실·참나무바닥… 급식도 100% 유기농
조림초등학교는 지난 2008년 3월 전라북도교육청이 지정한 우리나라 최초의 ‘아토피 친화 시범학교’ 다. -
다른 학교에선 흔하지만 이 학교엔 없는 게 참 많다. 우선 어디에서도 시멘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농약 범벅인 식재료로 조리한 식단도, 몸에 해로운 가루가 날리는 분필도 없다.
대신 이 학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도 많다. 교실은 황토 벽돌로 쌓아올린 후 벽에도 황토를 발랐다. 황토는 원적외선(파장이 25마이크로미터〈㎛〉이상인 적외선)을 발생시키는 재료로 알려져있다. 원적외선의 열작용은 각종 세균을 없애주고 몸속 피가 잘 돌게 해준다.
벽 아랫부분은 피톤치드 성분이 많다는 편백나무로 단장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세균을 죽이는 기능이 있다. 그뿐 아니다. 바닥은 모두 참나무 원목으로 처리했고 천장에도 친환경 종이 벽지를 발랐다. 선생님들은 가루가 날리지 않는 물백묵을 사용한다. 모든 교실엔 냉·난방기와 공기순환기가 설치돼 있다. 먼지에 민감한 어린이를 위한 배려다.
급식 재료는 100%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이다. 된장과 간장도 유기농 콩으로 직접 담가 먹고 있다. 매일 2교시 직후 쉬는 시간은 이 학교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허브차를 마시는 시간이다. 학교 텃밭에서 키우는 고추·호박·상추 등 갖가지 채소가 급식반찬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흔하다.
◆도시 어린이 전학 이끈 '조림초의 힘'
그러나 조림초등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관심이다.
전봉기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선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들이 지각을 해도 절대 꾸짖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토피 환자들은 가려움증 때문에 밤에 종종 잠을 못 이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려움이 심할 때 어린이들은 언제든 보건실을 찾는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허브 오일 등 보습제를 발라주는 보건 선생님이 상주(常駐·늘 머묾)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림초등의 친환경 시설과 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금세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현재 전교생 40명 중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이 21명이다. 절반 이상이 ‘외지(外地) 어린이’ 인 셈이다.
이창민 군(4년)도 1년 전 경기 용인에서 전학 왔다. 창민이는 “도시에선 자다가도 계속 깰 만큼 아토피 증상이 심했는데 지금은 다 나았다” 며 “엄마는 늘 ‘좋다’ 는 말씀을 입에 달고 사신다” 고 자랑했다. 얼굴과 팔다리에 불긋불긋한 상처가 꽤 많은 현승민 양(5년)은 “금방 좋아질 것” 이라며 밝게 웃었다. “대전에서 전학 온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밤 12시면 잠이 들 정도로 좋아졌어요. 대전에 살 땐 온몸을 쉴 새없이 긁느라 아침 7시까지 잠 못 들고 뒤척이곤 했거든요.”
◆“아토피 잡은 아이들, 성격까지 밝아졌어요”
전봉기 교장 선생님은 “아토피의 원인으로 알려진 환경과 음식, 스트레스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우리 학교의 목표” 라며 “우리 학교로 전학 온 후 아토피 증상은 물론, 성격까지 밝아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참 뿌듯하다” 고 말했다.
조림초등은 이 같은 교육 활동으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2010년 대한민국 좋은학교’에 선정됐다.
[테마기획 | 작은 학교가 강하다] (2) 전북 진안 조림초
"굿바이, 아토피" 우린 자연과 함께 살아요!
국내 첫 아토피 친화 시범학교, 유해물질 없는 황토교실서 공부
도시 어린이들 전입 크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