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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의 국제 기능올림픽(2009·캐나다 캘거리) 요리부문 금메달리스트, 세계적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60세·프랑스)의 한국 지점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최연소 요리사. 박성훈 요리사의 이름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이제 갓 스무 살, 약관(弱冠·남자 나이 20세)의 나이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요리를 시작한 그는 벌써 8년차 요리사다.
최근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청소년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선정한 ‘2010 자랑스러운 청소년 대상’(Youth Hero Prize)을 수상한 데 이어 2010 국제 기능올림픽 총회(자메이카·10월5~10일) 한국 대표로 결정돼 다시 한번 국가대표 요리사임을 인정 받은 박성훈 씨를 지난달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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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부모님이 모두 요리 관련 일을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요리의 세계에 익숙해졌어요. 제 놀이터는 요리사 아버지가 일하시는 호텔 주방이었죠(박 씨의 아버지 박희준 씨는 한국조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머니 홍영옥 씨는 백석문화대학 조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제자가 서울에서 열린 기능올림픽에서 은메달 따는 걸 봤는데 그때 ‘나도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겠다’고 생각한 게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중학교 때 한식·양식·일식·중식·제과·제빵 등 요리 부문 6개 자격증을 따 화제가 됐는데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국제 기능올림픽 우승을 목표로 삼았어요. 수업이 끝나면 아버지 아카데미에 가서 밤 10시까지 연습했죠. 고등학교(충남 천안 병천고등학교 조리과) 땐 위탁수업 형태로 아카데미에서 하루 14~15시간씩 연습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요리하고, 점심 먹고 요리하고, 저녁 먹고 요리한 후 잠자리에 드는 생활의 연속이었죠.”
-힘들지 않았나요?
“어린 마음에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하지만 요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제겐 요리가 가장 익숙했기 때문에 요리를 뺀 전 생각할 수 없었거든요. 지금까지 제 삶의 3분의 2는 주방에서 보냈을 거예요.”
-그렇게 악착같이 매달렸던 이유가 있나요?
“목표가 있었어요. 최고의 요리사가 되려면 몸이 ‘기계’처럼 돼야 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똑같은 맛, 똑같은 양의 요리를 똑같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하나의 요리를 완벽하게 익히려면 최소한 100번 이상 만들어봐야 해요. 수많은 요리를 배우려면 쉴 틈이 없죠.”
-최고의 요리사라면 좋아하는 음식도 특별할 것 같아요.
“친구들이 종종 ‘넌 스테이크만 먹고 살 것 같다’고 해요. 사실 육류 요릴 즐기긴 해요. 제일 좋아하는 건 삼겹살 요리죠. 소 안심 요리도 즐기긴 하지만 비싸잖아요(웃음). 평소엔 집에서 ‘햇반’(즉석 밥)에 라면이나 김치찌개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해요. 가족이 다들 바빠 간단하게 먹는 데 익숙하거든요.”
-여러 인터뷰에서 피에르 가니에르를 존경한다고 밝혔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순의 나이에도 현장에서 뛰며 항상 새로운 메뉴를 내놓는 모습 때문이죠. 사실 제가 정말 정말 존경하는 분은 저희 아버지예요. 아버지가 절 가르칠 땐 굉장히 엄하세요. 제게 항상 ‘겸손하라’고 강조하시고 조금이라도 자만하는 모습이 보이면 엄청나게 혼을 내셨죠. 대회에서 딴 메달을 내다버리겠다고 하신 적도 있으신 걸요. 하지만 제가 연습할 때면 제 옆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밤 늦게까지 그릇을 닦아주시곤 했어요.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있을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요리사는 어떤 요리사인가요?
“아직 한참 배우는 단계여서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네요. 다만 제가 일하는 곳이 가격대가 높아 많은 사람이 즐기지 못한다는 건 좀 마음에 걸려요. 언젠가 셰프(주방장)가 되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음식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내고 싶어요.”
※피에르 가니에르는? 세계적 권위의 식당·여행 소개지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요리사다. 세계 곳곳의 수천 개 레스토랑 중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을 받은 곳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The 인터뷰]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20세 요리사 박성훈 씨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꿈꿔요"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초등학교 6학년부터 요리 시작
중학교 때 6개 부문 요리 자격증
기능올림픽 金…상 휩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