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나쁜 습관의 원인을 살펴보세요"
송지희 부모교육전문가·<명품자녀로 키우는 부모력> 저자
기사입력 2010.09.29 09:42

손톱 물어뜯는 아이, 혼내줘야 할까요?

  •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소영이는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습니다. 손톱을 깎아준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예요. 손톱이 채 자랄 새도 없이 틈만 나면 손톱을 물어뜯어 걱정이에요. 손도 미워지고 비위생적이어서 수시로 주의를 주지만 손이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손가락 하나 물어뜯을 때마다 다섯 대씩 맞기로 약속까지 했지만 며칠 전엔 TV를 보면서 얼마나 심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는지 손가락에서 피가 났어요. 너무 속상해 좀 때렸더니 저와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소영이의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나쁜 습관 뒤엔 다양한 ‘불안’ 잠재

    소영이 엄마는 아이의 손톱 뜯는 습관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상담 결과, 소영이가 처음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 건 7세 무렵이었다. 이 시기에 이사를 해 유치원을 옮기게 됐는데 소영이 성격이 예민한 탓에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새 유치원에서 친구를 새로 사귀어야 하는 부담이 컸는데 엄마는 그런 소영이에게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학습지를 시켰다. 소영이는 자신에게 한꺼번에 닥친 상황에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으로 자신의 불안을 표출한 것이다.

    흔히 아이들은 불안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다. 엄마에게 혼이 나거나 낯선 환경에 접할 때,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긴장하거나 과도한 성취 압력에 시달릴 때 시작되는 이 같은 증상은 처음엔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차츰 고치기 어려운 습관으로 굳어진다.

    자녀의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대부분의 부모는 혼을 내거나 벌을 준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론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부정적 심리상태가 ‘손톱 물어뜯기’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므로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부터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걱정이 지나쳐 자녀의 행동을 심하게 다그치거나 근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억지로 고치려 할 경우, 자녀는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손톱 물어뜯는 행위 자체만 갖고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모욕을 주는 건 아이의 긴장감만 가중시키고 아이를 위축되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관심 보이면 오히려 역효과

    자녀가 손톱을 물어뜯는 걸 보게 된다면 덮어놓고 혼내거나 비난하기보다 그런 행동을 보이는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자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변 환경이 있는지 살피고 그런 요인을 제거해주는 게 중요하다.

    손톱 물어뜯는 행동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가 못하게 하면 남몰래 더 그 행동을 지속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나쁜 습관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특히 집중하거나 즐거워하는 행동은 어떤 건지 헤아려 나쁜 습관을 긍정적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훨씬 중요하다. 아이에게 부모가 정한 틀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거나 간섭하는 것도 금물이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파악한 후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둬야 한다.

    간혹 아이 손가락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약을 발라 손톱 물어뜯는 행동을 막아보려는 부모님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일시적 개선 효과만 있을 뿐, 근본 원인을 해소한 게 아니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평소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자녀의 욕구와 스트레스가 적절히 해소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다면 손톱 물어뜯기 같은 나쁜 습관은 처음부터 바로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