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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창분교 1층의 한 교실은 악기로 가득 차 있다. 전자기타·베이스·키보드·드럼·마이크·헤드폰…. 모두 밴드 음악에 필요한 것들이다. 이 교실은 ‘두창 밴드부’ 전용이다. 4~5학년생 20여 명으로 구성된 밴드부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3~5시에 이곳에 모여 음을 맞춘다. 원래 6학년생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올 2월 이들이 졸업하면서 후배들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난 13일 오후 3시, 연습실을 찾았다. 김지현 양(4년·드럼)과 황인권 군(4년·베이스)은 벌써 연습을 시작했다. “(드럼 스틱으로 의자를 두드리며) 선생님이 오시기 전엔 이렇게 연습해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선생님과 선배 언니·오빠들이 잘 가르쳐줘 이젠 드럼 스틱이 손에 익었어요.”(김지현) “밴드 음악에서 제일 중요한 악기가 베이스거든요. 처음엔 서툴렀지만 이젠 실력이 제법 늘어 자신감이 생겼어요.”(황인권)
20분이 지나자, 밴드부 지도를 맡고 있는 이대은 선생님이 들어왔다. 이날은 드럼 소리에 맞춰 다른 악기들의 화음을 잡아보는 연습이 주로 이뤄졌다. 드럼 주자의 앉는 자세, 기타를 감싸쥐는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가르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대은 선생님은 원래 취미로 기타를 치던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였다. 밴드부 지도는 이 선생님의 재능을 눈여겨본 방기정 분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다. 그게 벌써 올해로 4년째다.
두창 밴드부의 목표는 화려한 수상 경력이 아니다. 두창분교 어린이들이 악기 하나쯤은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평생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대은 선생님은 “악기를 하나 이상 다룰 줄 아는 인생은 그렇지 않은 인생보다 훨씬 풍요롭다”며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악기 연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두창 밴드부가 단지 취미 활동에만 머무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용인시청 강당을 빌려 용인시민을 위한 단독 콘서트를 가졌는가 하면, 학교 근처 연꽃마을 요양원을 방문해 위문 공연도 펼쳤다. 단순한 초등 밴드부가 아니라 어엿한 ‘지역 명물’이다. -
[테마기획 | 작은 학교가 강하다] 두창 밴드부
"드럼·베이스·키보드 치며 풍요롭게 사는 법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