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의 한국 대표 투수 류현진 선수 보며 꿈 키워요"
남양주=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09.21 13:45

리틀야구계의 '괴물 투수' 서의태 군 (서울 청량중 1학년)
189㎝·88㎏ 신체조건 탁월해 파워 좋아 '120㎞ 강속구' 쌩쌩

  • 남양주 리틀야구장에서
투구 연습에 한창인 서
의태 군 김재율 '심적시연' 사진작가 제공
    ▲ 남양주 리틀야구장에서 투구 연습에 한창인 서 의태 군 김재율 '심적시연' 사진작가 제공
    “스트라이크, 아웃!”

    마운드 위 투수의 왼손에서 공이 떠나자마자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스윙(swing) 아웃. 심판의 우렁찬 구호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올 5월 열린 제6회 남양주 다산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결승전의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강서구 리틀야구단과 경기 남양주시 리틀야구단이 경합을 벌인 이날 경기 결과는 남양주시 리틀야구단의 1대0 승. 승리의 주역은 3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투수 서의태 군(서울 청량중 1년)이었다.

    ◆189㎝·88㎏의 거구가 뿜어내는 괴력

    지난 8월 30일 제24회 두산베어스기 리틀야구대회 예선이 한창인 남양주시 종합운동장에서 의태를 만났다. 키 188.7㎝, 몸무게 88㎏의 거구(巨軀·거대한 몸집)인 의태는 배팅 연습 중이었다. 이날 경기가 초등부 선수 위주로 구성된 탓에 의태는 선발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덩치가 크구나.” “좀 더 클 것 같아요.” 뭘 물어도 무뚝뚝하게 답하던 의태의 눈빛이 배트를 손에 쥔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순식간에 날아오는 공이 배트에 부딪히며 힘차게 허공을 갈랐다. 연습이 거듭되자 의태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의태는 원래 키가 컸다. 초등 5학년 때 이미 165㎝를 넘겼다.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턴 더 쑥쑥 자랐다. 지난 6월 잰 키가 185㎝였는데 방학 동안 4㎝가 더 컸다. 너무 커버려 이젠 친구들이 동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야구 선수로선 최적의 체격 조건이지만 의태의 아버지 서현(49)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신체조건이 좋지만 여기서 머무르면 프로 선수가 됐을 때 평범한 선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한때 고민했어요. 다행히 병원 검사 결과,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어 더 클 수 있다더군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의태가 처음 야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겨울이었다. 야구 마니아(mania·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인 아버지와 취미 삼아 하던 야구를 본격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남양주까지 오게 됐다. 서현 씨는 “아는 분을 통해 우연히 남양주시를 알게 됐는데 전용 구장도 있고 야구를 배우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에서 오가려면 한 시간 이상씩 걸리는데도 의태가 연습 빼먹자는 얘길 안 하는 걸 보면 야구를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류현진 못잖은 최고 투수 될 거예요”

    의태를 지도하는 이상찬 남양주시 리틀야구단 감독도 의태의 야구 실력을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 “의태는 웬만한 어른보다 덩치가 큰 데다 파워도 상당해 고교생 못지않을 정도예요. 연습을 거듭할 때마다 실력도 쑥쑥 늘어 대회마다 홈런을 치는가 하면 투수로 등판해도 120㎞짜리 강속구를 뽑아내니 또래 선수에겐 그야말로 위협적이죠.”

    지난 6일 막을 내린 두산베어스기 리틀야구 대회에서 의태가 속한 남양주시 리틀야구단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만 우승컵을 네 번이나 차지해 ‘리틀 야구계 최강 팀’으로 손꼽히던 남양주시 리틀야구단으로선 아쉬운 성적이다. 의태의 섭섭함은 더하다. 이번 대회가 남양주시 리틀 야구단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였기 때문이다. 리틀야구 규정상 의태는 중학교 1학년 2학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만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

    의태의 롤모델(role model·존경하고 본받고 싶을 만큼 모범이 되는 사람)은 한화 이글스의 투수 류현진 선수다. 실제로 류 선수와 의태는 같은 왼손 투수인 데다 공 던지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류현진 선수를 보며 꿈을 다지곤 한다는 서 군의 포부는 당찼다.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누구나 ‘서의태’라고 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일본으로 진출해 활약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