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언니의 캐릭터 여행] '타레판다'에게 여유로움 배워요
윤주 와이쥬크리에이티브 대표
기사입력 2010.09.18 23:30

축 늘어져 있지만 게으르지 않아…현대인에게 필요한 여유

  • ‘아침형 인간’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아침형 인간이 화제가 되면서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여러분도 학교생활과 다른 일정들로 “아~ 바쁘다!”란 말을 자주 하면서 지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바쁠수록 ‘느림’의 여유 또한 필요한 것 같아요. 일본엔 딱 그런 여유로움을 표현한 캐릭터 ‘타레판다’가 있습니다. 타레는 일본어로 ‘축 늘어진’이란 뜻이에요.

  • 느릿느릿 여유로운 타레판다처럼 우리도 가끔은 바쁜 일상에 쉼표 하나 콕, 찍으며 살면 어떨까? /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제공
    ▲ 느릿느릿 여유로운 타레판다처럼 우리도 가끔은 바쁜 일상에 쉼표 하나 콕, 찍으며 살면 어떨까? /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제공
    “오늘도 한껏 늘어져 있습니다. 늘어져 있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늘어지면 늘어진 대로 문득 깨닫고 보면 어느새 타레팬더.”

    늘어져 쉬고 있는 듯한 녀석을 부러워하면서 어쩌면 우리도 타레판다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대리만족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으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타레판다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문구회사 산엑스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스에마사(40세)가 1995년 탄생시켰습니다. 스에마사가 타레판다를 만들어낸 과정엔 상당 부분 우연이 작용했습니다.

    당시 동물 캐릭터를 맡고 있던 스에마사는 열심히 디자인을 구상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짜증과 피로에 지쳐 의욕을 잃은 채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을 꼭 닮은 ‘축 늘어진 판다’를 그립니다. 그런데 바로 팬더가 회사의 대표 캐릭터로 선정이 된 겁니다. 이후 타레판다는 수많은 상품에 그려지면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타레판다의 어머니’인 그 역시 정신없이 바빠졌고요.

    책 속에서든 예쁜 학용품 안에서든 타레판다는 항상 축 늘어져 있습니다. 기운차 보이지 않지만 어찌 됐건 이리저리 자신의 몸을 뒤집어가면서 배 운동도 하고 등 운동도 하는 사이 지쳐버린 거죠.

    타레판다와 즐겁게 대화하며 산책한다거나, 원반을 던져 타레판다가 잽싸게 물어오게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하세요. 하지만 축 늘어져 있는 그 녀석을 그냥 내버려두면 어느새 배시시 웃으며 우리 곁에 와 있을지도 몰라요.

    남들 눈엔 무기력해 보이지만 타레판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늘 바쁘고 여유 없이 사는 우리가 타레판다를 ‘게으른 녀석’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우리 역시 바쁜 와중에도 늘 맘 한구석엔 편히 쉬거나 놀고 싶은 맘이 있잖아요.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도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죠? 풍요로운 가을 햇살 아래 졸리면 졸고 쉬고 싶으면 쉬면서 타레판다처럼 여유로운 명절 맞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