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어린이 특파원] 캐나다 어린이들, 장난감 차 탈 때도 헬멧 쓴다
글·사진= 밴쿠버(캐나다) 김재은 기자 (Heritage Secondary School 9학년)
기사입력 2010.09.17 10:00
  • 캐나다의 자동차들은 한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 캐나다는 자국에서 시판되는 모든 자동차에 시동을 켜는 순간 자동으로 전조등이 켜지는 주간 주행등을 장착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집 바로 앞에서 장난감 탈것을 타는 어린이부터 자전거를 타는 어른까지 모두 헬멧을 쓴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조그만 것에서도 안전을 우선시하는 캐나다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다.

    ▶요람에서 시작되는 교통안전

    어린이가 길 위에서의 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려면 국가 차원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캐나다는 ‘어린이 교통안전은 요람에서부터’란 생각으로 어린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인 교통안전교육과 함께 위반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한다.

    이런 안전 정책은 어린이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부모가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퇴원시킬 때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카시트(car sheet·어린이 보호 좌석)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이웃해 있는 앨버타주에선 카시트가 준비되지 않으면 퇴원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캐나다에선 몸무게 18㎏ 미만의 어린이를 자동차에 태울 때 반드시 카시트에 앉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몸무게 9㎏ 미만 어린이를 태울 땐 어린이가 자동차 뒤를 보도록 카시트를 설치하고 어린이 가슴 가운데 고정 클립이 오도록 하는 등의 세부 규정도 정해 놓고 있다.

  •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시동을 걸면 전조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보행자가 차량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시동을 걸면 전조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보행자가 차량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카시트 관련 기준을 이처럼 까다롭게 규정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9㎏ 미만의 어린이는 머리가 몸무게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추돌사고가 났을 때 머리와 목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것. 태어날 때부터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한 게 캐나다 교통안전 정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든 차도든 ‘사람’이 우선

    캐나다 어린이가 등·하교 때 이용하는 스쿨버스는 어린이를 태우거나 내려 주기 위해 차를 세우면 뒤따라오는 차량이 볼 수 있도록 자동으로 버스 운전석 왼쪽에 빨간색으로 ‘STOP’ 사인이 새겨진 정지 표지가 펼쳐진다. 이때 ‘STOP’ 사인을 하고 정차한 스쿨버스를 추월하면 엄청난 범칙금을 물게 된다. 어린이가 내릴 땐 승강구 문이 열리자마자 긴 안전 바(bar)가 내려와 버스 앞을 막아 줌으로써 어린이들이 버스 앞 사각지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버스 운전자는 운행을 마치면 엔진을 끄기 전에 반드시 차량 맨 뒷부분에 설치돼 있는 ‘멈추고 점검하라’(Stop and Check) 버튼을 누른 다음 시동을 꺼야 한다. 혹시 잠을 자다가 미처 내리지 못한 어린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 학교 점심시간엔 선생님과 부모님으로 구성된 그라운드 수퍼바이저(운동장 감독)들이 운동장에 배치돼 어린이의 안전을 살핀다.
    ▲ 학교 점심시간엔 선생님과 부모님으로 구성된 그라운드 수퍼바이저(운동장 감독)들이 운동장에 배치돼 어린이의 안전을 살핀다.
    ▶완벽 관리로 학교안전 ‘이상 무’

    캐나다의 초등학교는 대개 오전 9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어린이들은 반드시 수업 시작 10~15분 전에 학교에 와야 한다. 그전에 도착해도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교실 입장은 수업 예비 종이 울린 후에야 가능하다. 점심시간은 50분 안팎이지만 학생들은 15분 내에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가야 하며 교실에 머물 수 없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만약 학생이 교실에 머무른다면 반드시 지도교사도 함께 남아 학생을 감독해야 한다. 교실 밖에선 ‘그라운드 수퍼바이저’(Ground Supervisor)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식사 후 야외활동을 하는 어린이들을 지켜본다.

    학기 초가 되면 학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응급상황에 대비해 학교 측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써 내도록 한다. △학생 개인에게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인도할 건지 △학생 개인의 응급상황 발생 시 연락해야 할 주치의 연락처 등을 학교나 관할 교육청이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아주 규모가 큰 학교를 제외하면 교장은 전교생의 이름을 거의 외우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다. 일반 교사는 말할 것도 없다.

    ▶“어린이도 어른과 같은 인격체”

    캐나다 법은 ‘만 18세 이하의 어린이는 어떤 형태의 학대로부터든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이나 도구로 때리는 건 물론, 위협적인 말과 자세도 학대로 분류된다. 따라서 캐나다에선 어린이의 잘못을 ‘때려서’ 고치겠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린이를 홀로 두는 행위도 법적 조치 대상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어린이를 오랜 시간 부모 없이 집이나 차 등에 혼자 둬선 안 된다. 캐나다 사람들은 칭찬과 격려, 타이름과 가르침이야말로 어린이의 잘못을 고쳐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린이도 어른과 같은 인격체로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