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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정말 대단해요. 앞을 못 보는데 어쩜 저렇게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을까요? 신기하고 감동적이에요.” (서울 월곡초 5년 이소은)
“소은이는 합주 연습 때마다 몸이 불편한 절 위해 간식을 갖다 줘요. 낯선 곳에 함께 공연을 가면 화장실에도 데려다 주고요. 참 착하고 고마운 친구예요.” (서울 한빛맹학교 5년 김민주)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선동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3층.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클래식기타를 앞에 놓고 빙 둘러앉은 성북구립 장애청소년합주단 ‘소리로 하나’ 단원들의 입에서 서로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
‘소리로 하나’는 장애 아동으로만 구성된 여느 장애청소년합주단과 달리 시각장애 어린이 열 명과 비장애 어린이 다섯 명이 어우러진 팀이다. 2003년 장애아를 위한 기악교육 수업에서 출발,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 2009년 구립단체로 승격했다.
하지만 처음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하는 합주단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을 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배진희 씨는 “과연 아이들끼리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음악’이란 공통분모 덕분인지 금세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의 연주 실력은 수준급이다. 예전엔 동요 등 쉬운 곡을 주로 연주했지만 지금은 비발디의 사계 등 어려운 클래식 곡까지 척척 연주해낼 정도로 발전했다.
팀의 성장 뒤엔 선생님들의 열정이 숨어 있다. 지휘자 선생님을 비롯한 피아노·바이올린·첼로·클라리넷 선생님들은 악보를 볼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점자악보를 만들었다. 점자를 익히지 못한 어린 학생들을 위해선 일일이 악기로 음을 하나하나 소리를 내 가며 곡을 외울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팀을 키운 건 어린이 단원들의 노력이다. 빛과 어둠 정도만 겨우 구분할 뿐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전맹’인 단원들은 선생님이 만들어준 점자 악보를 통째로 외울 정도로 열정과 의욕을 보였다. 지휘자 김수범 선생님(서울필하모닉)은 “1년간 수업을 맡으면서 한 번도 아이들에게 ‘집중해!’ ‘조용히 해!’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출석률도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소리로 하나’ 단원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크고 작은 무대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요즘은 다음 달 8~9일 열리는 ‘제8회 장애어린이축제’ 개막식 초청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정세영 양(서울 방학초 6년)은 “처음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위해 뭔가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합주단 활동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친구들의 열정과 놀라운 연주실력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자극받고 있다”며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우리 합주단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애·비장애 벽 넘어 '한 마음 한 화음'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서울 성북구립 장애합주단 창단 7년 클래식도 척척
"앞 못봐도 소리는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