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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 지환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간식을 먹은 후 책상 앞에 앉았다. 엄마가 정해준 학습지와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지환이는 밖에 나가 놀고 싶지만 그러려면 공부를 다 마쳐야 한다. 엄마와 그러기로 약속했다.
지환이는 일단 책을 펼쳤지만 머릿속은 온통 친구와 놀 생각뿐이다. 옆에 있던 엄마에게 지환이가 묻는다. “엄마, 공부는 왜 하는 거야?” “공부를 잘해야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좋은 직업도 가질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하지만 지환이는 잔뜩 볼멘소리로 되묻는다. “왜 나한테 이렇게 힘든 일을 시켜?” 지환이 엄마는 한숨이 나온다. 공부하는 이유를 몇 번씩 설명해 줘도 막상 책상 앞에만 앉으면 똑같은 걸 반복해 묻는 아이 때문에 지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환이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
◆“공부 왜 해?”는 “공부 힘들어”란 뜻
지환이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힘든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할 때만 되면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하다. 엄마가 왜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는 미래에 대한 개념이 없다. 딱히 ‘내일’이 없기 때문에 ‘오늘’을 산다. 자연히 “지금은 공부가 힘들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도 못 알아듣는다. 엄마가 얘기하는 공부의 의미가 아이에겐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아프리카 언어와 같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엄마에게 엉뚱한 질문을 거듭하는 건 그 때문이다.
“공부는 왜 하는 거야?”란 질문의 행간엔 ‘공부가 힘들다’는 아이의 맘이 담겨 있다. 따라서 현명한 부모라면 이 경우 공부의 필요성을 추상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진심을 실어 답할 필요가 있다. (“지환아, 공부하기가 힘들어? 지금은 하고 싶지 않구나.”) 부모가 이렇게 나오면 아이는 당장 자신의 얘기가 받아들여졌다는 것, 자신의 맘을 부모에게 이해받았다는 것 때문에 편안해진다. 다음 단계에서 엄마는 “어떤 게 힘들어?” “어느 정도 하면 좋겠니?”라며 공부량을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로 조정해 줘야 한다.
지환이 엄마와 상담한 결과, 지환이가 매일 해야 하는 공부량은 매일 두 시간을 꼬박 해야 마칠 수 있을 정도였다. 통계적으로 초등 저학년 아이가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 길어야 20분이다. 지환이는 엄마 때문에 오랜 시간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 지나칠 정도로 공부에 매달려 온 것이다. 만약 다른 조치 없이 지환이 엄마가 아들의 공부를 계속해서 끌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 지환이는 지레 ‘공부=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대상’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고학년이 돼도 자발적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부 강요보다 자신감 심어 주는 게 우선
교육 전문가들은 우등생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신감’을 꼽는다. 자신감이 절반(50%)이라면 공부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 30%, 공부 방법과 전략은 20%란 것이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려는 초등 1학년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부는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이다. ‘엄마가 도와 주면 공부도 해볼 만한 것’이란 긍정적 기억 또한 중요하다. 이맘때 아이들에게 ‘지금은 힘들어도 미래를 위해 참고 하는 공부’는 설득력이 없다. 당장 ‘오늘 하는 공부’가 재밌어야 한다. 따라서 많든 적든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공부량을 정해 놓고 그것을 마치는 기쁨을 느끼며 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초등 단계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방과후 수업의 성공 여부도 거기에 달려 있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당장 공부에 올인하도록 강요하기보다 성실하고 근면한 생활 태도를 심어 주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내적 동기 없이 엄마의 욕구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스스로 ‘해냈다’는 기쁨을 느끼고 조금씩이나마 발전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 주는 조력자로서의 부모가 되는 게 중요하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지환아, 공부는 즐거운 거란다"
송지희 선생님의 '부모 멘토링'
"초등 저학년엔 미래 개념 없어… 무작정 공부 강요하기보다는
재미·학습 동기 부여 우선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