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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직 농사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애벌레 농부’예요. 하지만 애벌레가 성장해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것처럼 저도 나중엔 훌륭한 ‘나비 농부’가 될 거예요.”
지난 11일 농촌진흥청 주최로 ‘우장춘 박사를 아세요?’란 제목의 전국 초등생 글짓기 대회가 열렸다. 새로운 채소 품종 개발로 우리나라 원예기술의 틀을 마련한 고 우장춘 박사(1898~1959)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이 대회의 대상은 열두 살 최민동 군에게 돌아갔다.
민동이는 경남 마산 삼계초등(교장 김성수) 5학년이다. 이번 대회에선 ‘농부에게 참 소중한 씨앗’이란 주제로 농사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써 대상을 거머쥐었다.
사실 민동이의 글짓기 대회 수상은 별로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다. 올해만 해도 ‘제10회 늘푸른 우리땅 공모’(대한지적공사 주최)에서 산문과 운문 부문에서 각각 은상을 받았고, ‘제6회 자연사랑 생명사랑 글짓기 대회’(제천녹색세상 주최)’에서도 운문 부문 금상을 받았다.
“상 받았단 소식을 듣자마자 아빠한테 전화했어요. 제가 상을 탈 수 있었던 건 모두 아빠 덕분이거든요. 저보다 좋아하시는 아빠를 보며 저도 덩달아 기뻤답니다.” 민동이의 아버지는 시도 쓰고 농사도 짓는 시인 겸 농부 최범수(52) 씨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라 민동이의 꿈 역시 ‘글 쓰는 농부’다. “소설가도 좋고 농부도 좋아요. 음, 제가 쓰고 싶은 글은 모두가 신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요. 농부는 왜 되고 싶으냐고요? 전 세상 어떤 직업보다 농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농부들이 만들어 내는 먹을거리가 없다면 세상 어느 누구도 살아갈 수 없잖아요. 연예인이나 변호사요? 에이, 그건 친구들의 꿈이죠. 전 달라요.”
민동이가 살고 있는 구슬마을(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은 근처에 학교가 없다. 그래서 4㎞ 거리의 학교에 가려면 매일 차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민동이도 딱 한 번 도시생활을 꿈꾼 적이 있다. 도시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구경한 정수기 때문이었다. “친구 집에 있는 정수기가 부러웠어요. 저희 집은 약수(藥水·마시면 약효가 있는 샘물)를 마시거든요. 한동안 엄마에게 도시로 이사 가자고 졸랐어요.” 하지만 금세 생각이 바뀌었다. “가끔 도시에 나가 보면 머리도 띵하고 목도 아프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집 앞 개울을 볼 때면 맘이 편안해져요. ‘역시 우리 마을이 최고야’ 한다니까요.” (웃음)
민동이는 ‘미래의 농부’답게 학교 일이 없을 땐 아버지의 농사를 돕는다. 요즘은 한창 고추를 따는 시기여서 그 일을 거들고 있다. “제가 딴 싱싱한 고추가 식탁에 올라올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데요. 갓 딴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맛도 최고랍니다.”
민동이는 자기 말고도 장차 농부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농사는 많이 기계화돼 예전처럼 힘들지 않거든요. 책상 앞에서 공부만 고집하기보다 농사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좀 더 관심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글 쓰는 '한국의 착한 농부'가 꿈"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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