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기쁘고 즐거워" 행복의 합창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09.11 22:03

공개입양 어린이로 구성 세계 첫 입양아합창단
창단 음악회 준비 구슬땀

  • “온 세상이 말하게 해주세요/내가 얼마나 귀한지/엄마 아빠의 눈빛 속에서/따뜻한 미소 속에서~♬”

    9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홀 지하 1층 공연장. 피아노 반주 소리에 맞춰 무대 위로 우르르 어린이들이 뛰어나왔다.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입양 캠페인송 ‘함께’(작사·곡 한웅재)의 멜로디가 금세 공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어린이들은 합창단 소속이다. 그런데 이 합창단, 구성이 좀 특별하다. 공개 입양된 어린이만으로 꾸려진 ‘입양어린이합창단’이기 때문.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딱 하나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날 다섯 살부터 초등 5년생까지의 단원 33명은 불과 하루 앞(10일)으로 다가온 창단 기념 음악회 ‘Light the Candle of Hope: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요’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정식 창단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들의 활동이 시작된 건 지난 2006년이었다. 그해 ‘입양의 날’(5월 11일)이 생긴 걸 기념해 현재 단원 중 여덟 명이 축하 공연을 펼친 게 첫 활약이었다. 당시 공연 지도를 맡았던 김수정 글로벌오페라단장이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며 입양어린이합창단을 꾸려오고 있다.

    연습장에서 만나 본 단원들에겐 ‘입양아’ 하면 으레 연상되는 그늘이 전혀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당당하고 구김 없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제가 입양아란 사실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요. 가끔 놀리는 친구들이 있지만 혼쭐을 내주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어 전 참 행복해요.”(김예지 양·서울 대진초 4년)
  • 9일 오후‘입양어린이합창단’소속 어린이 단원들이 김수정 단장과 함께 창단 기념 음악회를 앞두고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9일 오후‘입양어린이합창단’소속 어린이 단원들이 김수정 단장과 함께 창단 기념 음악회를 앞두고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사실 이번 음악회는 합창단 창단 기념 외에 또 하나의 목적이 있다. 음악회를 계기로 좀 더 많은 어린이가 입양의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것이다. 단원 김수하 양(홈스쿨링·11세)은 “아직 입양되지 못한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우리처럼 따뜻한 부모님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악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또 다른 단원 박현진 군(서울 토성초 4년) 역시 “입양은 즐겁고 좋은 거니까 다른 친구들도 얼른 입양돼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단장 역시 ‘입양 예찬론자’다. 10남매나 되는 그의 자녀 중 아홉 명은 입양을 통해 한가족이 됐다. 하지만 그는 “합창단 활동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얻는 게 많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합창단을 이끌며 또 한뼘 자랐죠. 나름대로 아픔이 있을 텐데도 늘 행복과 기쁨을 얘기하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많이 배우는지 몰라요.”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인’이지만 입양어린이합창단에 대한 김 단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입양의 기쁨을 누린 아이들이 아직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 친구를 위해 노력해온 성과가 우리 합창단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전 세계에 있는 어떤 훌륭한 합창단보다 저희 단원들이 자랑스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