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태권브이, 한국 넘어 세계로 뛴다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09.10 10:08

로봇과 문화가 만나면… 로봇융합포럼 지상중계
과학자 꿈 키워준 '로봇 만화'

  • 로봇은 참 신기하다. 분명 기계에 불과한데 생김새도, 행동도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로봇은 오래전부터 영화나 만화의 주제로 사랑받아왔다. ‘인간을 닮은 기계’란 점에서 로봇은 어린이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심어주기도 했다.

    8일 오후 2시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0 로봇융합포럼 문화분과 세미나’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행사였다. ‘로봇과 문화의 효과적 만남’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가 총출동한 가운데 다양한 얘기가 오간 것. 지식경제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최로 마련된 이날 행사 내용을 사진과 곁들여 소개한다.


  • 1976년 개봉된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김청기 감독)는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태권브이’란 이름의 로봇을 타고 주인공 훈과 영희가 악당들을 무찌르는 게 줄거리인 이 애니메이션은 1990년까지 총 일곱 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다.

    당시 이 영화의 영향으로 많은 어린이가 과학자의 꿈을 갖게 됐다. 실제 이 영화 개봉 직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장래 희망 조사에서 ‘과학자’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계속 1위를 지켜온 ‘대통령’이 로봇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 ▲ "얘들아, 안녕? 난 로보트 태권브이야. 내가 받은 '증' 자랑 좀 할까? 왼쪽은 태권 로봇으로 악당을 물리친 공을 인정받아 2006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받은 로봇등록증, 오른쪽은 2007년 국기원에서 받은 태권도 명예 4단증이야. 어때, 멋있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태권브이는 2007년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2007년 디지털 복원작업을 거쳐 다시 극장에 걸린 것. 이를 위해 영화진흥회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원작의 인터네가(복사본 필름)는 3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당시 서울 대한극장에서 상영된 ‘디지털판 로보트 태권브이’의 흥행 성적은 75만 명.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관객 동원 기록이었다.

    요즘 ‘로보트 태권브이’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아바타’나 ‘토이스토리3’ 같은 3D영화로 다시 제작될 예정이기 때문. 3D 버전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배우들이 직접 등장하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예상 투자 금액만 230억 원을 훌쩍 넘긴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로 내년 개봉 예정을 앞두고 있다. 신철 로보트태권브이 대표이사는 “수많은 로봇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있지만 ‘로보트 태권브이’엔 한국인만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며 “특히 이번 영화 개봉을 계기로 우리 고유 무술인 태권도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1976년 개봉한 '로보트 태권V' 1탄 포스터(왼쪽)와 2007
년 디지털로 복원된 '로보트 태권V' 포스터 / 로보트태권브이 제공
    ▲ 1976년 개봉한 '로보트 태권V' 1탄 포스터(왼쪽)와 2007 년 디지털로 복원된 '로보트 태권V' 포스터 / 로보트태권브이 제공
    태권브이를 화면 속에서만 만나는 게 답답한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오는 2014년 완공 예정인 인천 로봇랜드가 그 열쇠다. 이곳엔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는 태권브이의 실제 크기(56m)를 되살린 ‘태권브이 타워’가 세워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