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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저기 보이는 빨간색 원뿔 기둥까지 누가 빨리 갔다 오나 하는 거야. 알았지?”
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 보조경기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가슴에 ‘多(다)한국인’이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은 15명의 ‘꼬마 축구선수’ 덕분이었다. 두 팀으로 나뉜 아이들은 축구공을 드리블(발로 공을 몰아가는 기술)하면서 어느 팀이 목표 지점을 빨리 통과하는지 겨루는 게임에 한창이었다.
게임 시작 전, 숨죽인 채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엔 긴장이 가득했다.
“시작 하면 가는 거야. 알았지? 시~작!” 선생님의 구령이 떨어지자마자 신나게 목표 지점을 향하는 아이들의 입가엔 장난 어린 미소가 번졌다. 비록 드리블 솜씨는 서툴렀지만 게임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국가대표 못지않았다. -
이들은 국내 첫 다문화 유소년축구단 ‘M키즈 축구교실’ (가칭) 소속 단원이다. M키즈 축구교실은 지난 7월 국가대표 올스타팀과 할렐루야 축구단이 가진 ‘다문화가정 어린이 장학금 마련 자선경기’ 를 계기로 탄생한 팀이다. 이영무(57) 할렐루야 축구단장은 “이영표·박주영 등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며 “자선 경기에 초청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이 아이들로 구성된 유소년 축구단을 만들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고, 그 결과가 M키즈 축구교실”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축구단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가진 훈련일이었다. 첫 훈련인 만큼 ‘특별 선생님’도 있었다. K-리그의 간판 공격수 강수일 선수(23·인천 유나이티드)가 그 주인공. 강 선수 역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일일 코치로 나선 강 선수는 단원들에게 볼 트래핑(몸 여러 부분을 이용해 공을 다루는 기술)과 드리블 등 기초 축구 기술을 가르쳤다. 강 선수가 직접 시범을 보일 때마다 아이들 사이에선 탄성이 이어졌다. 강 선수는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땀 흘리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며 “아이들이 지금처럼 항상 밝은 모습으로 축구를 즐기며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최명양 군(경기 안산 원곡초 3년)은 “프로 축구선수가 와서 직접 가르쳐주니까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 며 “어제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별로였는데 한바탕 뛰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말했다.
M키즈 축구교실 1기 단원은 총 30명이다. 김태완(39) 할렐루야 축구단 사무국장은 “여건상 많은 단원을 받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2기, 3기 단원도 모집해 다문화 가정 어린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구단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M키즈 축구교실은 오는 15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내년 1월엔 ‘M키즈 축구교실 캠프’ 란 이름의 2박3일 ‘전지훈련’ 도 떠난다. 축구에 관심 있는 전국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최대한 많이 초청하기 위해 200명 규모의 큰 행사로 준비할 계획이다.
이영무 단장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프랑스)도 다문화 가정 출신이었다” 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M키즈 축구교실 어린이 단원들도 훗날 지단과 같은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우린 多~ 한국인! 훌륭한 축구선수 될래요"
안산=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국내 첫 다문화 유소년축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