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린이 극단이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죠"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9.02 11:14

밀양 아마추어 극단 '반달'
전국 대회서 성인 프로팀과 경쟁 최고상인 대상, 연출상 거머쥐어

  • 초등생이 주축이 된 시골 아마추어 극단이 공연계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어린이 극단 ‘반달’이 바로 그 주인공.

    경남 밀양의 한적한 시골길에 자리 잡은 ‘밀양연극촌’에선 주말마다 어른 못지않은 열정으로 연기 연습에 열을 올리는 12명의 ‘반달’ 단원들을 만날 수 있다. 초등생 8명과 중학생 3명, 고등학생 1명으로 구성된 이 극단은 2005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엔 경북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8회 김천전국가족연극제 자유경연부문에 창작동요뮤지컬 ‘푸른하늘 은하수’(박현철 작품·남미정 연출)로 참가, 본선에 오른 10개 팀 중 최고상인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더 놀라운 건 예선부터 함께 경쟁했던 60개 팀 모두가 성인 배우들로 구성된 프로 극단이었단 사실. 이 중 ‘반달’만이 유일한 ‘어린이 극단’이자 ‘아마추어 극단’이었다.

  • 연습실에 모인‘반달’어린이들. (왼쪽)·극단‘반달’의 동요 뮤지컬‘푸른하늘 은하수’의 한 장면. (오른쪽) / 극단 반달 제공
    ▲ 연습실에 모인‘반달’어린이들. (왼쪽)·극단‘반달’의 동요 뮤지컬‘푸른하늘 은하수’의 한 장면. (오른쪽) / 극단 반달 제공
    ‘반달’을 탄생시킨 건 1999년 밀양의 한 폐교에 들어선 ‘연희단거리패’(예술감독 이윤택)의 연극인들이었다. 이들은 이곳에 밀양연극촌이란 극장을 세우고 연극과 공연예술제를 선보였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극단’을 만들기로 한 후, 함께 공연할 초등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5년 1월, 어린이 15명이 밀양연극촌으로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연극의 ‘연’자도 모르는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은 1월 15일 공연을 목표로 어린이들에게 발성에서부터 무대 위에서의 몸동작과 호흡 등 연기의 기본을 가르쳤다. 쑥스러워하고 낯설어하던 어린이들은 배우들의 꼼꼼한 지도를 받으며 조금씩 연기에 재미를 붙여갔다. 실력도 쑥쑥 늘었다. 그리고 정확히 보름 뒤 가진 무대에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때 첫 공연작이 바로 이번 대회 수상작인 ‘푸른하늘 은하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7년째 극단을 지키고 있는 맏언니 박효진 양(밀양여고 2년)부터 올 초 들어온 막내 박진규 군(초동초 3년)까지, 6년간 60~70명의 어린이가 ‘반달’을 거쳐 갔다. 김미영 단장은 “재미로 극단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이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소심하고 모났던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엄지환 군(밀성초 5년)은 “2008년 반달의 공연을 보고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고 곧바로 오디션을 봐서 3년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예전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 ‘반달’의 다음 일정은 오는 5일과 11일, 13일 밀양연극촌 브레히트극장에서 갖는 수상 기념 공연. 앞으론 전국순회공연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