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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주축이 된 시골 아마추어 극단이 공연계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어린이 극단 ‘반달’이 바로 그 주인공.
경남 밀양의 한적한 시골길에 자리 잡은 ‘밀양연극촌’에선 주말마다 어른 못지않은 열정으로 연기 연습에 열을 올리는 12명의 ‘반달’ 단원들을 만날 수 있다. 초등생 8명과 중학생 3명, 고등학생 1명으로 구성된 이 극단은 2005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엔 경북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8회 김천전국가족연극제 자유경연부문에 창작동요뮤지컬 ‘푸른하늘 은하수’(박현철 작품·남미정 연출)로 참가, 본선에 오른 10개 팀 중 최고상인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더 놀라운 건 예선부터 함께 경쟁했던 60개 팀 모두가 성인 배우들로 구성된 프로 극단이었단 사실. 이 중 ‘반달’만이 유일한 ‘어린이 극단’이자 ‘아마추어 극단’이었다. -
‘반달’을 탄생시킨 건 1999년 밀양의 한 폐교에 들어선 ‘연희단거리패’(예술감독 이윤택)의 연극인들이었다. 이들은 이곳에 밀양연극촌이란 극장을 세우고 연극과 공연예술제를 선보였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극단’을 만들기로 한 후, 함께 공연할 초등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5년 1월, 어린이 15명이 밀양연극촌으로 모여들었다. 하나같이 연극의 ‘연’자도 모르는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은 1월 15일 공연을 목표로 어린이들에게 발성에서부터 무대 위에서의 몸동작과 호흡 등 연기의 기본을 가르쳤다. 쑥스러워하고 낯설어하던 어린이들은 배우들의 꼼꼼한 지도를 받으며 조금씩 연기에 재미를 붙여갔다. 실력도 쑥쑥 늘었다. 그리고 정확히 보름 뒤 가진 무대에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때 첫 공연작이 바로 이번 대회 수상작인 ‘푸른하늘 은하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7년째 극단을 지키고 있는 맏언니 박효진 양(밀양여고 2년)부터 올 초 들어온 막내 박진규 군(초동초 3년)까지, 6년간 60~70명의 어린이가 ‘반달’을 거쳐 갔다. 김미영 단장은 “재미로 극단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이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소심하고 모났던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엄지환 군(밀성초 5년)은 “2008년 반달의 공연을 보고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고 곧바로 오디션을 봐서 3년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예전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 ‘반달’의 다음 일정은 오는 5일과 11일, 13일 밀양연극촌 브레히트극장에서 갖는 수상 기념 공연. 앞으론 전국순회공연에도 나설 계획이다.
"시골 어린이 극단이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죠"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밀양 아마추어 극단 '반달'
전국 대회서 성인 프로팀과 경쟁 최고상인 대상, 연출상 거머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