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줘요] "네가 화를 내니까 엄마도 당황스러워"
송지희 부모교육 전문가· <명품 자녀로 키우는 부모력> 저자
기사입력 2010.09.01 09:49

송지희의 '부모 멘토링'

  •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기

    "비난·감정에 민감한 시기 부모 감정 솔직하게 표현해야"


    초등학교 4학년인 수민이는 요즘 부쩍 반항이 늘었다. 엄마가 공부에 관해 얘기하려고 하면 “내가 알아서 할 거야”라고 대꾸하는 건 기본. 방문을 닫고 들어가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는가 하면, “이제 공부해야지”란 엄마 말에 “왜 그래야 되는데?” 하며 따지기도 한다. 예전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는데 요즘은 걸핏하면 뿌루퉁해지고 말끝마다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먼저 다가가려 해도 ‘간섭하지 말라’며 반항하기 일쑤다. 그러다가도 정작 아이와 거리를 두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며 불평한다.

    엄마는 뭐가 잘못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직도 아이인 것 같은 수민이를 더 챙겨주고 싶고, 자신을 잘 따라줬으면 하는 게 엄마 맘이다. 하지만 엄마는 수민이와 자꾸 부딪치고 그때마다 힘이 든다. 어떨 땐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닌 듯 멀게만 느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순하고 말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부모에게 대들고 반항할 때가 있다. 이 경우 부모는 대개 아이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훈계하거나 꾸짖는다. 하지만 아이는 도리어 부모에게 반발한다. 사태가 심해지면 부모와 자녀 간에 기싸움이 벌어진다. 부모는 기가 꺾이지 않으려고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역부족을 느낀다. 고학년이 된 아이는 부모가 일일이 훈육하고 가르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땐 부모 말에 순종하고 따르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 스스로 원할 때까지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

  • 요즘은 아이들의 사춘기 진입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아이의 반항은 부모에게서 독립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다. 그런데 사춘기 아이들은 자기주장을 정교하고 합리적으로 펼칠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 경험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늘 자신의 생각과 욕구를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거칠게 표출한다. 자기선언을 하는 아이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 사이엔 단단한 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단절’이다.

    부모와 자녀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을 때 부모는 종종 물리적 힘을 행사하거나 체벌을 가한다. 그럴 경우 자녀는 부모에 대한 깊은 원망과 반발심을 갖고 더욱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이 시기 부모와 관계가 단절된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유 없이 반항한다. 때론 ‘반항을 위한 반항’이라고 할 정도로 극단적인 일탈을 감행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부모가 자기 화를 다스리지 못해 자녀에게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때리는 부모 밑에서 큰 아이는 폭력을 자연스럽게 정당화한다. 부모처럼 폭력을 행사한 후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대드는 자녀와 나누는 대화법도 중요하다. “어디서 배운 버릇이니?” “네가 다 큰 줄 알아?” 같은 감정적 대응보다는 “엄마 말에 기분이 상한 것 같구나. 그런데 네가 화를 내니까 엄마가 너무 당황스러워”처럼 부모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좋다. 이 시기 아이들은 뇌신경 회로가 안정적이지 않고 감정의 단계가 어른처럼 세분화돼 있지 않아 성인에 비해 감정표현이 훨씬 단순하고 격렬하다. 그러므로 반항하는 아이를 향한 비판이나 분노는 백해무익하다. 자녀와 갈등이 있을 때 반항하고 대드는 아이의 행동 자체에 집착하면 자녀는 자신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긴커녕 무조건적인 부모의 비난에 모욕감부터 느끼게 된다.

    사춘기 아이들은 열정적이다. 감성적으로도 무척 예민하다. 하지만 판단력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뇌 속 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해 백 번 잘해주던 부모가 한 번만 꾸짖어도 크게 과장하고 마음에 담아둔다. 따라서 부모는 순간의 격렬한 감정에 압도돼 아이에게 모욕이나 수치심,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잔뜩 화가 난 상태로 자녀와 맞서면 부모 자신의 화를 자녀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것밖에 안 된다. 불필요한 잔소리가 늘어나 결국 자녀의 귀를 닫아버리게 할 수도 있다. 자녀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부모 자신의 감정부터 다스리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