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는 즐겁고 유익한 일…부담갖지 말고 즐겨보세요"
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기사입력 2010.08.31 09:37

미국 뉴욕 51개 도서관 탐방한 소설가 서진 인터뷰

  • 여름방학도 끝나고 ‘독서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어린이에게도 책 읽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다른 나라 어린이들도 그럴까? 지난 25일 서울 인터파크 본사 교육장(서초구 서초동)에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서진 지음, 푸른숲·작은사진)란 책의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글쓴이는 2007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소설가 서진 씨(36·사진). 그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후원으로 매년 3개월씩 네 차례에 걸쳐 뉴욕 서점 51개를 순례한 후, 그 결과를 소설 형식으로 맛깔 나게 빚어냈다. 책 속엔 뉴욕의 어린이 전문 서점 얘기, 미국 독서 교육에 관한 얘기도 등장한다. 강연회가 끝난 후 그를 따로 만나 ‘우리나라와 미국의 어린이 독서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 -미국 서점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꼽으라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미국엔 반스앤노블(Barnes and Noble)과 같이 규모가 크고 지점을 여러 개 갖춘 서점도 있지만, 요리·만화·여행 등 주제별 전문 서적을 모아놓은 작은 서점도 많아요. 또 하나 특이한 건 추리소설류만 파는 미스터리서점이나 중고책만 파는 서점은 어느 도시에나 꼭 있다는 사실이죠.” 

    -어린이 전문서점도 있나요?

    “물론이죠. 뉴욕에서 가장 큰 어린이 전문서점은 북스오브원더(Books of Wonder)란 곳이에요. 1980년 문을 열었는데 다양한 동화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집해온 희귀본이나 절판(絶版·책이 더 이상 출판되지 않음)도서들도 진열돼 있어요. 책꽂이의 한쪽은 미국 작가 프랭크 봄(1856~1919)이 1890년 쓴 모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위해 특별히 꾸며져 있답니다. 북스오브원더보다 작긴 하지만 북베리즈(Bookberries)도 매력 만점의 어린이 서점이에요. 서점 안에 컵케이크 카페가 있어 책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죠.”

    -미국 독서 교육의 특징이 있다면요?

    “미국에도 ‘10대에 꼭 읽어야 할 책 20권’ 등의 추천도서 목록이 있어요.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그런 목록이 입시와는 별 상관없다는 거죠. 미국에서 독서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식을 쌓기 위해’ ‘그저 즐겁고 유익하니까’ 하는 행위거든요.”

    -선생님에게도 ‘나만의 독서 습관’이 있는지 궁금해요. 

    “학교 다닐 땐 ‘누가 쓴 책인가?’를 유심히 봤어요. 어떤 작가의 책이 좋았다면 그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는 식이죠. 어린 시절엔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편하게 읽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도 많이 하게 돼요. 그게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죠. 하지만 책을 꼭,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해요. 어릴 땐 책 읽고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밖에 나가 뛰노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뭔가 심심해야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떠올릴 수 있는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너무 바쁜 것 같아요. ‘무(無)에서 유(有)가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뭔가 만들어내려면 때론 마음을, 혹은 시간을 깨끗이 비우는 연습도 필요해요. 너무 어렵나요?” (웃음)

    -소년조선일보 어린이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 있으세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1828~1905)의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가 흔히 SF소설이라고 부르는 공상과학소설의 토대를 닦은 분이죠. 특히 ‘해저 2만 마일’이나 ‘80일간의 세계일주’ 같은 소설은 꼭 읽어보세요. 요즘 책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