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 지명 표기된 '남극지도' 제작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08.31 09:37

백두봉·고구려봉·백제봉·나래절벽···
가야봉·아라온계곡·세종봉···

  • 아리랑봉·백두봉 등 우리 고유 지명(地名·땅에 붙여진 이름)이 적힌 남극지도가 처음으로 만들어진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30일 “국가지명위원회가 심사·토의 후 결정한 우리 식 지명 17개가 적힌 남극지도를 최초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9월 중 결정된 지명을 남극과학연구위원회(SCAR)에서 관리하는 남극지명사전(CGA)에 국제 지명으로 등록한 후 지도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확정된 지명은 △백두봉(우리나라 최고봉을 상징) △세종봉(기지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 △전재규봉(고(故) 전재규 대원의 숭고한 정신을 기림) △고구려봉·백제봉·신라봉·발해봉(정상에 있는 네 봉우리의 모습을 삼국시대에 비유) 등이다.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결정된 지명이 바뀐 경우도 있다. △가야봉(←병풍봉) △나래절벽(←병풍절벽) △아라온계곡(←세종계곡) △아리랑봉(←깃대봉) 등이 그 예. 나래절벽은 ‘활짝 펼쳐진 절벽이 마치 날개 같다’고 해서, 아라온계곡은 빙하를 헤치고 나아가는 쇄빙선(碎氷船·얼어붙은 바다나 강의 얼음을 깨뜨려 부수고 뱃길을 내는 배) ‘아라온’ 호의 이름을 빗대어, 아리랑봉은 남극 탐구를 향한 우리 민족의 꿈과 희망을 한국의 대표 민요명 ‘아리랑’으로 표현해 붙여진 것이다.

    사재광 국토부 공간정보기획과 과장은 “일본 등은 이미 자기 나라 지명이 적힌 지도를 만들어 남극조사와 연구활동에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988년 2월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설치하고 20년 넘게 활동해오면서도 고유 지명을 담은 지도를 만들지 못했다”며 “이번에 제작되는 지도는 남극 조사·탐사·연구는 물론, 환경보전 활동에도 유익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