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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에게 붉은 글씨로 쓰인 협박편지 한 통이 도착했어요. 어제 싸운 B군·C군·D군이 의심되는 상황. 조사 결과 그들 모두에게서 붉은색 펜이 나왔어요. 과연 누가 범인일까요?”
“B군 펜의 붉은색이 협박편지의 글자 색과 제일 비슷한 것 같아요.”
“아니에요. C군 같아요.”
“헷갈려요. 잘 모르겠어요.”
‘초등학생 과학수사 실습 체험교실’이 한창인 16일 오전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양천구 신월7동) 1층 중회의실. 유전자분석과 황정희 선생님의 질문에 어린이들이 의견이 분분히 엇갈렸다.
“육안으론 구별이 잘 안 될 거예요. 그럼 지금부터 ‘과학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 볼까요?”
프로그램에 참가한 27명의 어린이는 4개 조로 나뉘어 협박편지의 진짜 범인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펜에서 추출해낸 잉크를 시약에 담근 뒤, 흰 종이 위에서 잉크가 번져나가는 모습을 관찰했다. 펜의 종류에 따라 번지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범인이 쓴 펜과 같은 펜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 어린이들은 금세 B군이 가장 유력한 범인임을 확인했다.
어린이들은 이 밖에도 집안에 침입한 범인을 잡기 위해 형광 분말에 UV 광원을 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지문을 발견하는 실험 살인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숨긴 핏자국을 루미놀(질소 화합물의 일종)로 찾아내는 실험 지폐에 숨겨진 위조방지 장치를 통해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실험 도둑이 남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섬유 조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 등을 통해 미궁에 빠진 다섯 가지 사건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범죄심리과 심리연구실(3층)에서 진행된 ‘거짓말 탐지기 체험’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어린이가 대표로 ‘거짓말탐지기 의자’에 앉았고, 담당 선생님은 강아지·고양이·너구리·당나귀·다람쥐·얼룩말의 6가지 동물 중 하나를 골라 이름을 쓰게 했다.
미션 1 미션 1 위조지폐를 찾아라! (왼쪽) / 미션 2 거짓말을 밝혀라! (오른쪽) -
“강아지를 썼나요?”
“아니요.”
“고양이를 썼나요?”
“아니요.”
모든 질문에 ‘아니요’라는 대답을 한 이 어린이의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났다.
“너구리를 썼군요. 너구리에서 거짓말 반응이 나왔어요.”
“우와~! 신기하다. 정확해요!”
어린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체험교실에선 이 밖에도 성문 분석기를 이용해 목소리를 녹음한 뒤 파형(波形·파동의 형태)을 관찰하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참가 어린이들에겐 수료증과 명예과학수사 연구원증이 주어졌다.
조현준 군(서울 강월초 5년)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과학 수사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됐다”며 “조금은 무섭고 멀게 느껴졌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체험교실은 20일까지 닷새간 진행되며 총 135명의 초등생이 참가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엔 하루 일정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일정을 확대했다”며 “내년 여름방학 때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 신기해~ 족집게처럼 범인을 찾네"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국과수, 초등생 과학수사 체험교실 '인기' 거짓말 탐지기 등 실험하며 탄성 쏟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