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왜 내릴까?' '겨울은 왜 추운걸까' 눈에 보이는 현상부터 아이에게 질문하세요
글=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사진=이경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09.12.14 04:07

초등 교과 개념잡기 시리즈―⑤과학

  • 초등 과학은 엄마들에게도 어려운 과목이다. 무조건 과학도서만 들이밀 수도 집을 과학실 삼아 이것저것 실험을 해볼 수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은 대부분 '과학 원리'를 묻는 경우가 많다. '바람은 왜 불어?' '하늘은 왜 파랗지?' 이런 아이들의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모의 대답이 원리에 맞지 않을수록 아이는 과학적 호기심을 잃는다고 하는데. 과학에 대한 흥미도 기르고 개념도 잡는 방법이 없을까?

  • (왼쪽위부터)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최정훈 교수,초등과학전문 저자 임수현 씨
(왼쪽아래)엄마표 과학교육 이은화 씨,부산 백산초등학교 김용수 교사/사진=이경민 객원기자
    ▲ (왼쪽위부터)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최정훈 교수,초등과학전문 저자 임수현 씨 (왼쪽아래)엄마표 과학교육 이은화 씨,부산 백산초등학교 김용수 교사/사진=이경민 객원기자
    ◆과학 원리는 생활 속에 숨어있다

    과학은 과학영재만 좋아하는 과목일까?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최정훈 교수는 "과학은 원리를 알면 재밌는 과목"이라고 말한다. 팽이가 돌아가는 관성의 법칙이나 탱탱 볼이 튀어 오르는 탄성의 법칙 등 유변학 현상(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원리는 물론, 다양한 응용체계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흥미 유발이 가장 먼저입니다. 그 다음이 원리 이해죠. 과학 용어가 낯설어서 과학 자체를 어렵게 느끼는데 이럴 때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과학도서, 백과사전 등을 통해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쉽고 재밌는 과학 도서를 읽은 후에는 생활 속 과학 현상 찾기를 해보세요. 아이도 모르는 사이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게 됩니다."

    이어 최 교수는 "과학자나 교수들에게 어떻게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됐냐고 물으면 초등시절에 접한 과학실험이 흥미를 유발했다고 답한다"며 초등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과학적 호기심, 관심이 결국 과학영재로의 길을 연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나누던 과학적 대화에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도 왜 '연아 언니는 저렇게 빙글빙글 돌면서도 어지럽지 않을까?' '왜 점프를 할 때 얼음을 지치고 튀어 오를까?' 등 눈에 보이는 현상부터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답이 꼭 필요하지 않아요. 모르면 함께 찾아보세요. 과학은 수학처럼 답이 반드시 있는 학문이 아니에요. 생각해보고 왜 그럴까 고민하면서 과학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좋아하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게이뤼삭이 들려주는 물이야기' '원리와 개념의 과학나라 3 : 주기율표와 원소' 등 초등과학전문 저자인 임수현 씨는 "과학을 과목이 아닌 생활 속 놀이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과학도서부터 읽힌다. 아이가 과학의 특정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의 내용부터 읽혀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곤충에 대한 동화부터 곤충기와 백과사전까지 두루 읽히는 거죠. 그러다 보면 곤충기 속에 숨은 또다른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는 과학 도서를 읽은 후 간단하게라도 독후감이나 과학일기를 써보는 것이다. 쓰는 과정에서 내용을 한 번 더 기억하게 되고 다른 관심사나 심화해서 알고 싶은 부분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아이가 읽는 과학 도서를 부모도 함께 읽는 것이다.

    "초등 고학년 이후 과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과학용어가 생소해 원리 이해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생활 속에서 만나는 현상들은 과학용어를 이용해 이야기한다면 아이의 과학적 호기심과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는 부모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2010년 초등 3·4학년부터 자유탐구 시작

    부산 백산초등학교 김용수 교사는 "2010년부터 초등 3·4학년 이상 과학수업 시간에 '자유탐구'를 시작한다"며 자유탐구의 등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유탐구는 아이용 과학실험 논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가 주제를 정해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써서 발표하는 것까지 완성해야 한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고 기록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낯선 자유탐구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탐구는 실험 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실험 과정을 스스로 정리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과학을 통해 관찰력과 논술능력도 키우는 것이죠."

    김 교사는 집에서는 물기가 있는 욕조에 치약 한 방울을 떨어뜨려 물방울들이 밀려나는 모습을 살펴보는 등의 간단한 관찰 실험을 추천했다.

    이은화씨는 엄마표 교육으로 아이를 과학영재원까지 보냈다. 덕분에 학부모 커뮤니티 삼천지교에서 과학교육 전문가로 불린다. 이씨는 "초등 저학년에 갖게 된 흥미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과학수업이 있는 날은 배운 내용을 아이가 가족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고 노하우를 털어놨다. 아이가 과학 원리를 설명해 주면 궁금한 점은 묻기도 하고 같이 찾아보면서 그날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내외 과학 관련 대회나 체험학습에도 최대한 참여하게 했어요. 입상이 목적이 아닌 참여에서 얻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죠.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지식수준도 평가해보고 자신감도 갖게 됐어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과학교육은 마음껏 과학으로 놀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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