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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공연 기자시사회가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주인공 ‘빌리’역으로 번갈아 출연하는 김세용·이지명·정진호·임선우 등 네 명의 소년은 각각 3~5분간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이며 첫 공식 무대를 가졌다. 1년 4개월간의 혹독한 ‘빌리 만들기 트레이닝(훈련)’ 의 결과였을까? 소년들의 몸짓은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쳤고 아름다웠다. 시사회가 끝난 뒤 무대 뒤에서 생생한 ‘빌리들의 수다’ 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 빌리 4인방 프로필 -
이름: 이지명
소속: 인천 정각중 1년
'라이온 킹' ‘명성황후’ 등 뮤지컬 경력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실력을 가진 만능 엔터테이너
이름: 임선우
소속: 서울 인헌초 5년
2010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 유소년발레 세계 1위
전세계 빌리 중 가장 어린 귀여운 막내
이름: 정진호
소속: 경기 평촌초 6년
탭댄스 신동에 공부까지 1등인 ‘엄친아’
열정과 노력으로 완벽한 무대를 만드는 성실한 빌리
이름: 김세용
소속: 선화예술학교 1년
2009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 유소년발레 세계 1위
춤에 대한 열정이 강한, 한국 빌리 4명 중 맏형
(사진 왼쪽부터)
◆첫 기자 시사회를 마치고
세용: “(머리를 감싸쥐며) 아, 어떡해, 오늘 첫 무대였는데 실수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진호: “맞아. 떨려서 평소보다 잘 못했어.”
지명: “그래도 너희 둘은 나보단 나아. 난 심지어 노래 부르다 음까지 틀렸어.”
세용: “요새 공연 앞두고 연습을 많이 해서 자신 있었는데….”
선우: “그러게. 매일 12시간씩 연습하잖아. 예전엔 4시간씩 했는데….”
진호: “아쉽긴 하지만 실수한 거 자꾸 생각하지 말고 그만 털어버리자.”
지명: “그래 열흘 뒤 진짜 공연에선 우리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야.”
◆1년4개월간의 ‘빌리 트레이닝’ -
지명: "근데 너흰 트레이닝 받으면서 힘들었던 적 없었어?"
세용: “있었지. 작년 9월인가? 오디션 준비 때문에 발레 수업을 잠깐 쉰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발레를 하려고 보니 몸이 너무 굳어서 ‘턴(turn·한쪽 발을 세우고 빙글빙글 도는 동작)’도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정말 앞이 깜깜했어.”
선우: “난 ‘아크로바틱(공중회전 등 곡예동작)’ 배우는 게 힘들었어. 어리고 힘이 약해서 그런지 텀블링(공중제비)이 너무 안 되는 거야. 선생님한테 혼도 많이 나고 울기도 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재밌어. 그래 봐야 지명이 형 실력엔 못 미치지만.”
진호: “난 처음 발레 배울 때가 진짜 힘들었어. 내가 좀 완벽주의자잖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되지? 난 왜 이렇게 못 할까?’ 하면서 속으로 끙끙 앓았다니까.”
지명: “(웃음을 터뜨리며) 근데 너 예전엔 정말 심하게 뻣뻣했어.”
진호: “그랬지? 헤헤. 그래서 내가 스트레칭 연습을 얼마나 많이 한 줄 알아? 쉬는 시간에도, 집에 가서도 정말 쉬지 않고 연습했다니까.”
선우: “맞아. 진호 형 진짜진짜 열심히 했어. 지금은 다리가 이렇게 쫙쫙 뻗어지잖아. 완전 인간 승리야. 최고! 최고!”
진호: “하하. 고마워. 근데 그러고 보면 지명이 형도 참 대단한 것 같아. 집이랑 연습실이랑 엄청나게 멀잖아.”
지명: “멀지. 왕복 4시간 정도 걸리니까. 사실 좀 힘들기도 했는데 괜찮았어.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세용: “그래도 지각 한번 안 하고, 심지어 연습실에 제일 먼저 나오잖아. 완전 짱!”
◆빌리와 하나가 되다
세용: “오랜 시간을 매일‘빌리’만 생각하며 지내다 보니까, 가끔은 내가 정말 빌리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너흰 어때?”
지명: “온 에너지를 쏟아서 한 곡 멋지게 추고 나면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마치 ‘빌리신(神)’이 내 몸에 강림한 느낌?”
선우: “난 빌리 역을 연기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그때 빌리와 내가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들어.”
진호: “난 ‘화가 난 빌리’를 연기할 때 빌리의 감정에 가장 몰입하게 돼. 특히 빌리가 발레를 하지 말라고 강요받고서 ‘앵그리 댄스(Angry Dance)’를 추는 장면에서 말이야.”
방송 목소리: “스태프 및 배우분들께 알립니다. 오후 연습이 곧 시작됩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세용: “자, 우리 수다 그만 떨고 이제 연습하러 가자. 세계 ‘최고의 빌리들’로 기억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모두: “오케이! 대한민국 1대 빌리 파이팅!”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열한 살 소년 빌리가 권투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 레슨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2000년 개봉된 영화가 원작이다. 2005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전 세계 42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최고 흥행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권 최초로 열리는 한국 공연은 13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1년 4개월간의 땀방울 "우리, 최고의 빌리로 기억되자!"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무대 뒤 '빌리들의 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3일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