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놀아볼까" 일본에 울려 퍼진 한국 가락
오사카(일본)=유마디 주간조선 기자 umadi@chosun.com
기사입력 2010.08.04 09:40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학교 "조국 잊지말자" 전통 익혀
운영 어려워 교실엔 TV도 없지만 한국 말 배우기 열성

  • “우리 오늘 다 이 자리에 모였으니! (얼쑤) 한번 신명나게 놀아볼까!” 기수의 우렁찬 고함소리가 끝나자마자 징·장구·꽹과리·나발 등 국악기 소리가 일제히 운동장 가득히 울려 퍼졌다.

    지난 7월 26일 오후, 일본 오사카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한국 전통예술인 풍물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연주자들이 춤추듯 강렬한 깃발 퍼레이드를 선보이고 상모를 돌리며 브레이크 댄스를 추자, 관람객 사이에선 연방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학교(이사장 김성대) 전통예술부 학생들. 건국학교 전통예술부는 매년 오사카를 대표해 전통예술대회에 출전, 각종 국제대회를 휩쓴 ‘유명 인사’다. 부원은 모두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의 뿌리를 간직한 재일(在日)동포 5세들이다.

  •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학교 전통예술부원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풍물놀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는 한국인인 재일동포 5세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구성돼 있다. / 유마디 주간조선 기자
    ▲ 오사카 백두학원 건국학교 전통예술부원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풍물놀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는 한국인인 재일동포 5세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구성돼 있다. / 유마디 주간조선 기자
    건국학교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문을 열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뉜 1948년을 전후해 조선적(朝鮮籍·재일동포 중 남·북한 국적을 갖지도, 일본으로 귀화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일본 정부가 붙인 임의상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학교를 세웠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데 모여 있는 게 특징. 개교 31년째인 1977년에서야 학교에 처음으로 태극기가 걸렸다. 대한민국계 민족조직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과 북한계 민족조직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이 함께 운영하던 학교를 민단이 흡수하면서부터다.

    지난 65년간 재일동포에게 한국의 말과 글, 얼을 가르쳐온 건국학원은 재일동포들에게도, 한국인에게도 고마운 존재다.

  • 하지만 현재 건국학교는 개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가르쳐줄 교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날 찾은 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엔 TV도, 프로젝터도 없었다. 칠판·책걸상·교탁, 그리고 칠판 위에 걸린 태극기가 전부였다. 나무로 된 복도바닥은 낡을 대로 낡아 지나다닐 때마다 삐거덕거리며 소리를 냈다. 최철배(58세) 건국학교 교장 선생님은 “공간이 넉넉지 않아 유치원과 초·중·고교 네 학교가 운동장과 강당, 교무실을 쪼개어 쓰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5세 신지용 군(13세·6학년)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집에서도 일본어를 쓰지만 한글을 배우고 싶어 건국학교를 선택했다”며 “처음엔 한글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한글로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같은 학년 최정인 군(13세)은 “나중에 한국에 가면 여기서 배운 한글을 써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