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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신기해. 풀로 붙이지도 않았는데 종이 잠자리가 뾰족한 나무막대 위에 잘도 서 있네.”
2일 오전 서울 용답초등학교(교장 이경학) 3층. 방학을 맞아 조용해야 할 교실에서 어린이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복도 끝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학년 어린이 20여 명이 모여 ‘사이언스 팡팡’이라는 과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을 맡은 김정식 선생님(용답초)은 “직접 오리고 색칠해 만든 잠자리가 막대기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원리를 통해 물체의 ‘무게 중심’을 배우는 과학 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우리 들꽃 사랑 수업’이 한창인 옆 교실에선 싱그러운 봉숭아꽃 향기가 코를 찔렀다. 어린이들은 봉숭아의 생김새와 특징, 꽃말을 배우고 송석병 선생님(성신초)이 직접 가지고 온 봉숭아꽃과 백반으로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는 체험을 했다. 윤아영 양(행당초 3년)은 “비 때문에 야외 수업을 못해 아쉽긴 하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정말 즐거웠다”며 “색깔이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성동 관내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동무지개학교’(이하 무지개학교)가 첫 수업을 시작했다. 18개 학교에서 온 어린이 120명이 참가하는 이 프로그램은 오는 20일까지 용답초 교실과 강당 생태학습장 등에서 진행된다.
이경학 교장 선생님은 “형편이 넉넉지 않고 맞벌이 가정이 많은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주고 싶어 무지개학교를 열게 됐다”며 “교과나 학습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빼고, 학생들의 소질과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는 재미있는 수업으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크게 오전·오후로 나뉘어 진행된다. 어린이들은 3주에 걸쳐 오전엔 ‘한지체험’ ‘짚풀체험’ ‘신나는 마술’ ‘나의 꿈 미래명함’ ‘천연염색’ ‘천연비누 만들기’ 등 17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오후엔 ‘신체단련 게임활동’ ‘탁구’ ‘하모니카’ ‘종이접기’ ‘점핑클레이’ 등 5개의 선택 프로그램 중 하나를 골라 집중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9일엔 장구·탈춤·민요 등 우리 국악과 춤을 배우고 공연을 관람하는 ‘전통문화체험학습’이, 16일엔 아프리카 난민 돕기 ‘알뜰바자회’가 특별히 마련된다.
참가자 이승희 양(용답초 6년)은 “오늘 배운 것 중에선 마술 수업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방학 때면 늘 체험학습 가는 게 고민이었는데, 이번엔 무지개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무지개학교 참가비는 5만 원이다. 1인당 46만 원짜리 프로그램이지만 나머지 비용은 전액 성동구청이 지원했다. 참가자는 희망자 중 추첨을 통해 선발했다. 일부 학교에선 경쟁률이 10대 1까지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뻐요…신기해요…재밌어요"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서울 용답초 ‘성동무지개학교’ 첫 수업 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