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쓱쓱… "와! 그림 멋져요"
화성=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07.28 09:47

미래상상연구소 '창의력학교' 참가한 다문화ㆍ농촌 어린이들 탄성 연발

  • 주말이었던 지난 24일 오전, 경기 화성에 있는 고택(古宅·오래된 집) 옥란재(玉蘭齋)로 향했다. 미래상상연구소가 마련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 창의력 학교’를 구경하러 가는 길이었다. 논길을 지나 좁다란 숲길을 올라가자 드넓은 풀밭과 수련 가득한 연못이 고즈넉한 한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선가 “와아!” 하는 어린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소리를 따라간 곳에서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어린이들과 함께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슥슥 닭 한 마리를 완성하는 중이었다.

  • 지난 24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어린이 창의력 학교 참가자들이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왼쪽)의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
무를 소재로 한 동양화) 그리기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김지혜 인턴기자
    ▲ 지난 24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어린이 창의력 학교 참가자들이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왼쪽)의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 무를 소재로 한 동양화) 그리기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김지혜 인턴기자
    지난 5월 처음 문을 연 어린이 창의력 학교는 이날 세 번째 행사를 치렀다. 장소는 변함없이 옥란재.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김병종의 ‘손가락 붓 그림학교’ 외에도 △나무박사 정헌관(국립산림과학원)의 ‘숲과 인생 이야기’ △만화적 상상력으로 미래 그리기 △안데스 음악여행 등 어린이의 창의력을 일깨우는 수업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미래상상연구소 소장이면서 옥란재 주인이기도 한 홍사종 대표는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문화생활을 누리며 상상력을 키우고 생명의 에너지를 느꼈으면 하는 생각에서 어린이 창의력 학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여느 때보다 특별했다. 처음으로 다문화가정과 농촌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옥란재를 찾았기 때문. 40여 명의 참가자 중 절반가량이 무료로 초청됐다. 자녀와 함께 어린이 창의력 학교의 문을 두드린 일본인 야마나가 지에코 씨(40세)는 “자라온 환경과 관계없이 한데 어울려 문화체험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도심을 벗어난 어린이들도 신이 났다. 손용훈 군(경기 과천초등 4년)은 “자연을 벗 삼아 그림 그리는 게 게임기로 오락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손가락 붓 그림학교’는 김병종 교수가 미래상상연구소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붓 살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손가락을 붓 삼아 종종 그림을 그리곤 했죠. 그때 기억을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자신을 ‘소년조선일보 원조 애독자’라고 소개한 김 교수는 “나도 어렸을 때 문화적인 걸 접하지 못해 늘 갈증과 허기가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이런 체험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홍사종 대표는 “앞으로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이 좀 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무료 초청 대상을 점차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