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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오후 2시 경기 광명 철산초등학교 글로벌 인재관에 20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몰려들었다. 경기도교육청과 교보문고가 함께 마련한 ‘함께하는 독서스쿨’ 행사가 이날 열린 것.
클래식음악 공연과 시 낭송 행사, 개그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짜인 일정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꿈쟁이 토크’란 주제로 진행된 동화작가 배미주 씨(41)의 강연이었다. 배미주 씨는 공상과학소설 ‘싱커’로 제3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싱커’는 빙하로 뒤덮인 미래의 지구에 사는 소녀 ‘미마’가 주인공이다. 어느날 미마가 우연히 사라진 줄 알았던 동물들의 의식세계에 접속하는 게임 ‘싱커’의 테스터가 돼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줄거리로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우리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였다. 광명에 살고 있는 배씨는 딸이 철산초등학교에 다니는 인연으로 이날 강단에 섰다. 그는 강연 내내 편안하면서도 구수한 입담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독서의 가치를 들려줬다.
청와대 어린이기자단 기자 자격으로 강연에 참석한 이민석 군(경기 부천초등 5년)은 “배미주 선생님 얘길 들으니 궁금한 것들이 많아져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배미주 씨는 “본질적인 것들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청소년문학을 선택했다”며 “‘싱커’를 통해 인간은 자연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둘은 동등하게 연결돼 있단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 작가가 말하는 ‘책 왜 읽어야 할까?’
“옛날옛적 지구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두 종류의 인종(人種)이 있었어요.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멸종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오늘날 인류의 조상이 됐죠.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엔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곰처럼 고립돼 살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여럿이 무리를 지어 지내며 서로 활발히 정보를 교환하며 지냈어요.
인간이 말을 하게 된 건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엔 너무나 약한 존재였기 때문이에요. 생각해보세요. 말이 있어야 매머드(4만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존재했던 코끼리과 동물)를 어떻게 피해 다닐 수 있는지, 열매를 언제 따먹을 수 있는지 서로 얘기할 수 있겠죠?
저와 어린이 여러분이 살고 있는 21세기는 호모 사피엔스나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옛날보다 훨씬 안전해요.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여러분은 열심히 말과 글을 활용해 정보를 찾아내고 또 부릴 줄 알아야 해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매일매일 알아야 할 것들은 늘어나니까요.
독서는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답니다. 책엔 작가가 들인 시간과 땀이 녹아 있어요. 여러분이 책을 잘 읽기만 하면 그걸 통째로 흡수할 수 있어요. 그뿐인가요. 책은 여러분의 감수성을 키우는 데도 효과 만점이에요. 풀과 곰과 흙의 입장이 돼 그들의 맘을 읽는 경험을 책이 아니면 어디서 할 수 있겠어요? 나와 정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의 아픔도 결국 내 아픔일 수 있다고 느끼는 감성 역시 책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에요.
또한 책은 여러분의 정신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되기도 해요. 흔히 고문을 당할 때 잘 견디는 사람은 육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을 지닌 사람이라고 하죠. 독서는 여러분의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필수 영양소와 같아요.”
올 여름 책으로 '생각의 문' 넓혀요
광명=손정호 인턴기자
wilde18@chosun.com
광명 철산초 '독서스쿨'…배미주 작가와 꿈쟁이 토크